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니보이 Jan 03. 2024

한적한 오후

다시 만난 사량 6화

이선정作  파랑 여행   oil on canvas


토요일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마을 

오전 내 흩뿌리던 빗발 어느새 잠잠해지고

흐린 하늘 틈새로 깨끗한 하늘

얼굴 빼꼼 내밀고 있다.     


나이 든 애마에 기름 든든히 먹이고

휘휘 내지 마을로 달렸다.     


구절양장 아니더라도 조금은 험한 숲 가

까만 염소 모자 큰 눈 꿈벅꿈벅하고

누런 황소 느릿한 몸짓으로 인사한다.     


방파제에서 씨름하는 낚시꾼 두엇 지나 

경치 좋은 바닷가 널따란 바위에 몸 붙이고 앉는다.     


멀리서 퇴색한 어선 하나 느릿느릿 넘실대고

구름 가 회색 갈매기 느긋한 날개짓에

푸른 파도 하얀 포말 위 쾌속선 엔젤호 바삐 지나고

다리호 한 배 가득 자동차 싣고 내게로 다가온다.     


사량도 둘러싼 야트막한 지리산 봉우리엔

희뿌연 구름 턱 괴어 세상 구경하고     


내가 앉은 바위엔 작은 파도 한 번씩 몰려와

힐끗 훔쳐보곤 저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잔돌 틈새 한 무리 게들 한가로이 산책한다.     


나이 든 애마 옆에 앉아

보건지소를 사수하는 특명으로 한적한 오후를 보낸다.

이전 06화 밤바다 찬바람 밀려가는 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