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도 가을은 축복의 시간....
나른한 고양이와 햇살 그리고 가을 국화....
햇살 비치는 카페 앞, 초록 양탄자에 고양이가 자리를 튼다. 그 옆에 샛노란 국화 화분이 있다. 어딘가를 향하는 고양이의 시선, 고양이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고양이에게 오늘 쏟아지는 햇살의 질감과 두께는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질까? 고양이의 망막에 비친 가을은 어떤 빛일까? 개와 고양이에게 색은 우리가 바라보는 색이 아니다.
다리를 쭉 펴고 누운 고양이 가끔씩 한쪽 발을 들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초록 양탄자 바닥에 고양이의 검은 그림자가 덩달아 움직인다.
“어머 고양이 이쁘네요. 카페에서 키우시는 거예요?”
“아니에요. 그냥 늘 해가 비치는 이 시간쯤 나타나서 한두 시간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져요.”
카페 주인의 고양이도 아닌. 그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고양이가
카페로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나른한 눈을 떴다 감았다 한다.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거리의 고양이, 우리가 흔히 길냥이라 부르는 고양이가 카페 입구에서 주인행세를 한다. 도도하고 오만한 표정이다.
고양이는 많고 많은 거리의 장소 중 휴식의 장소로 왜 카페 앞 국화 화분 옆을 골랐을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생선가게 앞이나, 매운탕집 앞이 딱 일 텐데... 생각할수록 낭만적인 고양이다. 노란 소국이 짙은 향기를 발하는 시간. 국화에 부서지는 햇살에서도 국화향기가 난다.
쓰레기봉투 따위를 뒤질 고양이처럼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모를 일이다. 카페 입구 국화 화분 옆에 드러누운 순간이 고양이의 하루 중 가장 우아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원두향과 국화향이 어우러진 카페 입구. 우아하고 찬란한 휴식의 시간이 끝나면 거리에 놓아둔 쓰레기봉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어대며 역시 먹이를 찾아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잿빛 비둘기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고양이는 고양이다.
가릉 거리며 쓰레기봉투를 뒤지든, 우아하게 국화향에 취하든 고양이는 같은 고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고양이의 몸 위로 샛노란 국화 빛 태양이 고루 내리 쪼이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