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씨즐 SIZZLE 05화

하피즈 무스타파, 장미향로쿰을 먹으면 알미트라가 된다

터키 블루 눈동자의 알미트라를 위해 아마도 무스타파는.....

하피즈 무스타파와 바클라바, 로쿰 그리고 나

하피즈 무스타파는 1864년 터키 이스탄불에 생겨난 터키 전통 디저트 가게다. 누군가에게서 선물로 받은 하피즈 무스타파 바클라바는 작은 종이상자에 담긴 큐브 모양 젤리다. 설탕가루가 뿌려진 터키 전통 젤리 로쿰을 한 입 베어 물면 터키 이스탄불 냄새가 난다. 이스탄불을 가리켜 문명의 고향이라고도 한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나라 터키... 터키는 동양의 서양, 서양의 동양이다. 큐브 모양 젤리에서 태고의 내음이 풍긴다. 꽃, 나무에 내리쬐던 햇살과 바람, 이슬, 눈보라, 누군가의 손 맛, 사랑의 눈 빛, 흥얼거림, 숨, 절규, 미소 같은 것들이 바클라바에 들어있다. 터키인들에게 전통 젤리 로쿰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무스타파란 이름은 이슬람에선 아주 흔한 이름일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영호, 철수처럼...

칼릴 지브란의 < 예언자>에서 무스타파가 고향을 떠나면서 마을 사람과 알미트라에게 삶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쩌면 바클라바를 처음 만든 이의 이름이 무스타파가 아니었을까? 검색창에 '하피즈 무스타파'를 치니 터키의 화려한 전통 젤리들이 모니터를 가득 메운다. 각설탕처럼 규격을 정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길게 늘인 뒤 칼로 듬성듬성 대충 잘라 설탕을 묻혀 모양을 다듬었을 것처럼 보인다. 터키 블루빛 터번을 두른 무스타파가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무스타파는 정원으로 걸어 나가 바클라바에 연분홍 장미 꽃잎을 몇 개 뜯어다 넣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드는 젤리. 어쩌면 그 여인의 이름은 알미트라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검고 풍성한 머리칼을 지닌, 높은 매부리코, 터키 블루의 큰 눈, 뚜렷하고 강한 입매를 지닌...

갓 따온 장미 꽃잎을 잘게 썰어 넣은 젤리, 로쿰을 한 입 베어 먹는 알미트라의 입술이 장밋빛으로 물든다.

장미향 가득한 로쿰을 먹는 나도 알미트라가 된다. 장미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간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그대들 이빨로 사과를 깨물 때는 마음속으로 속삭여라.

그대 씨앗은 나의 몸속에서 살아갈 것이며 ,

그대 미래의 싹은 나의 심장 속에서 꽃필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 향기는 나의 숨결이 되어

함께 온 계절을 누리리라.’ p 31-먹고 마심에 대하여 중에서-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이 산산이 부서져 혈관을 타고 몸 구석구석으로 녹아드는 모습을 연상해보라고 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수많은 무스타파 중의 한 사람이 로쿰을 만드는 모습을, 길게 늘인 젤리 속에 장미꽃잎을 촘촘히 채워 넣는 모습을.... 눈처럼 하얀 가루를 촘촘히 뿌리는 모습을.... 네모난 핑크빛 종이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 모습을..... 그리고 가끔 창밖을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나는 수많은 무스타파 중 한 명의 무스타파를 상상한다. 그가 만든 로쿰의 장미향이 내 심장 어딘가를 향해 혈관을 타고 서서히 퍼져나가는 상상을 한다.

하피즈 무스타파. 터키어로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지 장미향 나는 터키 젤리를 먹으며 주문처럼 ‘하피즈 무스타파’를 되뇐다. '하피즈 무스타파'를 중얼거리는 동안, 장미향 로쿰을 먹는 동안 나는 터키 블루 눈동자를 지닌 알미트라가 된다.

하피즈 무스타파.... 위로와 치유, 평화로움을 불러오는 마법의 주문처럼 들린다.


keyword
이전 04화화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