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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늘 Sep 30. 2022

상자 밖 생각하기

Think Outside the Box

근 한 달간 문제 하나로 씨름하였다.


문제가  풀리지 않은 탓에,  이상 단순화할  없는 수준으로 가정을 내려 문제 풀기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문제 그래도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수님께 이렇게 단순한 상황에서 문제를 푸는데도 답이 당최 구해지지 않는다 불평 아닌 불평을 하였다. 그러니까 나의  잃은 풀이를 늘어놓은 것이다.


너무 오래 씨름한탓인지 나는 이 연구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이 문제를 푸는 게 연구 전체는 아니다. 다만 해당 연구에서 여태껏 시도한 문제가 단순한 문제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구 자체의 난항을 예상하고 있었던 차였다.


교수님은 길 잃은 풀이에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일단 시뮬레이션을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일단 이 문제를 푸는 게 메인도 아니니, 시뮬레이션으로 현상을 관찰해보고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면 그걸 풀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현상에 대한 수리적 해석마저 복잡하다면 이 연구를 어서 완결 짓고 다음 연구로 넘어가자고 하셨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웬걸, 생각보다 관찰되는 현상이 흥미로웠다.


그다음 미팅에서 결과를 본 교수님은 굉장히 기뻐하셨다. 그러고는 이 현상에 대해 증명을 해보자고 제안하셨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나에게 모종의 울림을 주었는데 그 말이 바로 “Think Outside the Box”다. 이 문제를 그냥 숙제 문제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어려울 거라고 가정하지 말라고, 사실 엄청 쉽게 풀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문제를 어렵게 보아왔다. 그리고 교수님도 나랑 미팅하면서 그런 나의 관점 감지하신  같다.




정보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라우드 섀넌은 통신에 있어 최적의 코드가 존재함을 증명하지만, 그 코드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MIT에 교수로 재직 중인 자신의 친구인 Fano에게 해당 문제를 공유하고, Fano는 대학원생 수업에 이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란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로 기말 대체 과제로 출제한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치르기 싫었던 허프만이라는 학생은 기말 대체 과제를 선택하고, 문제를 푼다. 자세한 과정은 적지 않겠지만 아무튼 이 양반은 기존 정보이론에서 쓰이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며 학부 때 모 교수님께서 “Think Outside the Box”를 이야기하셨다. 나는 여기서 Box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첫 째는 문제를 푸는 방식(기존의 풀이법)이고, 둘 째는 문제를 보는 방식(대학원생이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다.


만약에 허프만이 교수님도 아직 풀지 못한 문제란 걸 알았더라면, 아니면 기존 풀이법으로만 문제를 시도했다면, 기말고사 대체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을까?




Think outside the box, 이 문구는 비단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만 적용되는 문구가 아니다. 뉴욕을 마냥 더럽게만 본다면 내게 뉴욕은 그저 더러운 도시일 것이고, 시끄럽다 여기면 그저 시끄러운 곳일 테다. 하지만 복잡한 도심 속에서 녹음이 푸르른 공원과 만날 수 있는 도시고, 무심코 걸어가다가도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보기 나름이다. 박스에만 갇혀서 세상을 보기엔 세상이 너무 넓다.


ps. 그렇게 나는 작은 문제 하나를 풀었다.


Reference: https://www.maa.org/press/periodicals/convergence/discovery-of-huffman-c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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