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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의봄 Sep 06. 2022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17화-서가람)

당신의 결혼 생활은 안녕하신가요?



  가람의 아내 하나는 연애 때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땐 떠나야 직성이 풀리고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못 견뎌했다. 애교가 많고 사랑스러운 하나와 결혼해 함께 눈을 뜨고, 같은 식탁에서 삼시 세끼를 먹고, 산책을 하고, 함께 잠드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은 가람의 바람을 하나가 끝내 몰라줄까 봐 노심초사했다. 잡으면 달아날까 두려워 꽉 붙잡지도 못하고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오빠, 난 결혼을 한다면 오빠랑 할 거야. 그런데 결혼을 꼭 해야 할까? 우리 연애만 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오. 마이. 갓.


  엉뚱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 여자를 사랑하는 게 죄다.  가람은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와 결혼을 위해 억지로 다른 여자를 만날 수도 없다. 하나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나가 눈치 채지 못하게 그렇게 작전을 펼치는 수밖에.


  작전의 부작용으로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오빠는 아무래도 결혼이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나는 자신이 없어. 이대로 오빠를 계속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오빠를 놔줘야 할 것 같아.”

  8년 연애 끝에 가람에게 남은 것은 서른셋의 나이와 하나와의 추억, 직장뿐이었다. 이제라도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나야겠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나처럼 사랑스러운 여자를 이제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가람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직장 일에 몰두했다.






  1년 뒤, 하나와 재회했다. 가람은 하나를 기다린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며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나만한 남자가 없지? 잘 생각했어.’

  돌아온 하나는 1년만 더 자유롭게 지내다가 결혼하자고 말했다. 또 1년을...?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9년도 기다렸는데 1년 까짓것. 봄에는 꽃구경 다니고, 여름에는 하나 스타일에 맞춰 집콕하며 넷플로 영화를 왕창 보다가 가을 나들이를 즐기고.. 그러다 보면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오면 그땐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 날을 잡으리라 다짐했다.






  하나가 서른넷, 가람이 서른여섯이 되었을 때 드디어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이 연인에서 부부가 되었음을 축하해주었다.

  “오빠도 알겠지만 내가 구속되는 걸 싫어하잖아. 그래서 말인데,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된다는 거, 너무 숨이 막혀. 우리 딩크로 살면 어때? 아이 키우며 허덕허덕하지 말고 둘이서 알콩달콩, 응?”

  불면 날아갈세라, 잡으면 부서질세라, 그래서 거리를 두며 십 년을 만나왔다. 가람은 이제 ‘하나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하나는 여전히 하나였다. 언제든 자유롭게 훌훌 날아갈 수 있는 사람. 가람은 또 한 번 마음을 내려놓았다.

     

  햇살이 참 좋고 바람이 적당히 불던 어느 날, 팔랑귀인 하나가 친구를 따라 사주를 기가 막히게 잘 본다는 철학관에 다녀왔다. 철학관 도사 님은 가람의 은인이 되었다.


  “오빠 오빠! 오늘 사주를 봤는데, 나 소름이 돋았잖아. 내 속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어.”

  “왜? 뭐라고 그랬길래?”

  “민하나 씨는 하고 싶은 게 많네요. 지금 직장일 말고 관심 있는 게 많아요.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지 마세요. 아이 낳아도 하고 싶은 일들 다 할 수 있어요. 오히려 더 잘 될 겁니다. 그러니 염려 말고 아이 낳으세요. 아이가 민하나 씨의 복덩이예요.”

  “그래?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나 결심했어. 아이 낳을 거야. 내가 아이 낳으면 오빠가 육아휴직할 수 있지?”

  “어? 어... 어.. 그럼. 우리 회사 남자 육아휴직 눈치 주는 회사 아니야. 할 수 있어.”

  “그럼 우리 하루빨리 노력하자. 나 고령 산모야.”

   가람은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하나가 다녀온 철학관이 용하긴 한 모양이었다. 노력한(?) 그 달에 하나가 임신을 했다. 임신과 동시에 하나는 산전휴직에 들어갔다. 출산 후 일 년간 할 수 있는 유급 휴직을 출산 전에 당겨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이 낳으면 오빠가 휴직하면 되니까 임신 기간에 일 좀 쉬고 싶어. 그래도 되지? 이참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볼 거야.”

  결혼도 못할 뻔, 아이도 못 가질 뻔했는데, 누구 말씀이라고 거역하겠는가. 가람은 하나의 말이라면 뭐든 ‘예스’였다. 하나와 십 년 연애하며 ‘더 사랑하는 사람이 맞춰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가람이었다.







  하나가 출산 전에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산전 휴직을 한 지 아홉 달이 지났을 때 하준이가 태어났다. 하나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3개월을 사용하고 직장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쓸 수 있는 유급 휴직을 다 털어 쓴 후 가람에게 바통을 넘긴 것이다.

  “두 돌 까지는 보육 기관에 안 보냈으면 좋겠는데, 오빠가 일 년 이상 휴직하는 건 어려울 테니 오빠 복직할 쯤에 어린이집에 보내자. 저녁 준비랑 하준이한테 필요한 육아 용품 구입하는 건 내가 할 테니 오빠는 하준이 보면서 틈틈이 집 청소랑 빨래를 맡아 줘.”


  하나는 아이를 낳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하준이를 키웠는데, 신체 건강한 삼십 대 중반의 자신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잘 쉬고 오겠다며 호기롭게 말했다.

  “와이프도 휴직 중이어야 쉴 수 있지. 와이프는 곧 복직한다며? 쉬고 오긴. 전쟁이야. 살아서 돌아와.”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일 년 된 옆자리 선배의 말에 그까짓 것 가뿐하다는 듯 깃털 같은 미소를 보내고 직장을 나섰다.


  일주일 간 업무 인수와 인계 시간을 가진 하나는 남은 3주의 휴직 기간에는 직장 복귀를 위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하더니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나가서 퇴근 시간에 들어왔다.

  독박 육아 삼일 차, 하루 종일 칭얼거리는 하준이 때문에 가람은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자지러지게 울었다. 다시 아기 띠로 안으면 언제 울었냐는 듯 평온해졌다.

  “하나야, 하준이가 왜 이럴까? 내려놓기만 하면 울어.”

  “이가 나려고 그러나.. 내가 사둔 책 좀 찾아 읽어봐.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엔 내가 직장에 있다고 생각해야 돼. 직장에 가 있으면 통화하기 어렵잖아. 자꾸 전화하면 의존하게 되니까 혼자 해결하는 것도 연습하자. 오빠는 할 수 있어.”


  티 없이 밝고 경쾌한 하나 목소리에 가람은 말문이 막혔다. 티 없이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사랑했는데, 아직 휴직 기간이 남았으면서도 밖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육아를 도와주기는커녕 전화를 하지 말라는 하나가 얄밉고 괘씸했다.       

  하나는 혼자만의 시간 동안 헤어숍과 피부관리숍, 왁싱 숍 등 각종 숍을 방문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임신 전의 세련된 모습으로 가꾸었다. 나날이 하나와 가람의 낯빛이 바뀌었다. 하나는 점점 환해지고 가람은 점점 어두워졌다.


  “엄마! 하준이가 이유식을 잘 안 먹는데 분유를 좀 줄여도 돼?”

  “엄마! 하준이가 설사를 하는데 뭐 때문인지 모르겠어. 평소 먹던 것만 먹였는데. 어떻게 해야 돼?”

  가람은 하나 대신 어린이집 원장인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평소대로 먹었으면 왜 그런지 엄마도 모르지. 따뜻한 보리차를 젖병에 넣어서 좀 먹여봐. 계속 설사하면 소아과 데려가 보고. 그나저나 너 밥은 챙겨 먹으면서 애 보니?”

  “대충 먹긴 해. 요즘 레토로트 식품 잘 나오잖아. 뜯어서 데우기만 하면 되니까 하준이 잘 때 얼른 후루룩. 헤헤.”

  “웃음이 나오니? 나는 말만 들어도 속상한데. 가까이 있으면 우리 어린이 집에 데려다 놓고 내가 좀 돌보면 좋겠는데. 주말에 반찬 좀 만들어서 아빠랑 갈게.”

  지원군이 온다는 말에 가람은 주말이 기다려졌다. 부모님께 하준이를 맡겨 놓고 하나와 밖에 나가 조용히 밥을 먹고 커피만 마시고 돌아와도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집에 온 부모님은 양쪽 손목에 손목 보호대를 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한 번 보고 방금 자다가 일어난 듯한 며느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뗐다. 그 순간 가람이 엄마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얘가 보자마자 왜 이래. 손 좀 놔 봐.”

  “엄마 쉿! 작게 말해. 엄마 무슨 말하려고 하는지 다 알겠거든? 잔소리하지 마. 나 이혼당하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너 진짜.. 세상에 여자가 쟤 밖에 없던? 연애할 때도 질질 끌려 다니더니 결혼하고도 그대로니?”

  “엄마 목소리 낮추라니까.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결혼이고 삶이야. 엄마 보기에 속 터져도 나는 결혼해서 좋고, 하준이까지 있어서 더 좋으니까 쉿! 알았지?”

  가람은 제 엄마를 끌어안고 ‘사랑합니다 김여사’라고 말하며 엄마 등을 토닥였다. 엄마는 가슴팍에서 아들을 떼어 내고 가람의 얼굴을 보며 눈을 흘겼다.

  “손목 시큰거려? 병원 가 봤어?”

  “병원 갈 시간이 있어야 가지. 약국 가서 얘기했더니 애 보는 사람들은 다 그렇다며 손목 보호대 하라더라.”

  “하나는 이제 겨우 일어나서 눈곱도 안 뗐던데. 아빠랑 내가 하준이 봐줄 테니 지금 병원부터 다녀와.”

  “점심때 둘이 나가서 데이트 좀 하고 오려고 했는데? 병원은 괜찮으니 나중에 봐주지?”

  “그때도 봐줄 테니 지금 어서 다녀와.”

  “하나한테 아무 말하지 마. 나 이혼당하기 싫어.”

  가람의 엄마는 가람의 등짝을 세게 찰싹 때렸다.






  의사는 가람의 증상을 들으며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았다. 직업요? 아니면 요즘 자주 하는 일 말인가요? 의사는 요즘 자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고, 가람은 육아 휴직 후 매일 반복하고 있는 일들을 말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라고 했다. 허리는 육아 때문에 자주 엎드렸다 일어나는 자세를 반복해서 나타나는 통증이니 틈틈이 와서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손목 터널 증후군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손목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네? 집에서 아기 돌보는 사람이 손목을 어떻게 안 써요?”

  “그렇죠. 현실적으로 안 쓸 수가 없죠. 지금처럼 손목 보호대도 하시고요. 아마 육아 휴직 끝나면 돌아올 겁니다. 주말에 허리랑 같이 물리치료받으러 오세요. 그나저나 아내 분이 결혼을 참 잘하셨네요. 여자는 임신 기간부터 뼈마디가 늘어나고, 출산할 때 더 늘어나는데,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전에 갓 태어난 아기를 돌봐야 하니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약해진 몸으로 매일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하니 관절이 어떻게 되겠어요? 요즘 육아 휴직하는 아빠들이 점점 늘고 있다던데, 아이 어린이집 보낼 무렵에 엄마랑 바통 터치할 게 아니라 서가람 님 댁처럼 아기가 어릴 때 아빠가 아이를 봐줘야 아기 엄마한테 큰 도움이 돼요. 여자가 몸이 덜 피곤하면 둘째 생각도 금방 날 거고. 제가 주책이네요. 아이 키울 때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그만. 물리치료 잘 받고 가세요.”

  의사 말에 가람은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멋진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의사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연약한 하나가 하준이를 열 달이나 품고 낳아서 육 개월 동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자신도 안 아픈 곳이 없는데 하나는 오죽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눈물까지 핑 돌았다.

  ‘그래. 내가 하나보다 백배는 더 튼튼해. 그러니까 하나한테 도움받을 생각 하지 말고 가능하면 내가 혼자 다 해 보자.’







  가람은 하나가 퇴근 후에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육아와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았다.


  “오빠 고마워. 나 정말 결혼 잘한 것 같아. 친구들이 내 팔자가 상팔자래. 돌 안 된 아기 키우면서 나처럼 자유로운 애는 처음 봤대.”


  가람은 뭐 이쯤이야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멋있고 기특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칭찬의 약발이 오래가지 않았다. 하준이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육아는 산 너머 산이었다. 한 고비가 지나면 새로운 고비가 찾아와 가람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누나, 애 하나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엄마는 우리 둘 키우면서 어린이집 일까지 어떻게 했을까?”

  “그래. 나도 그 생각했어. 난 하나가 너무 부럽다. 눈치코치 센스 있는 남편 만나서. 다음 생에 난 문성재로 태어나고 싶어.”

  “왜?”

  “자기 밖에 몰라도 잘 살잖아. 자기 외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ADHD가 무슨 벼슬인 줄 알아. 자기가 병을 가졌으니 나더러 좀 이해해 달래. 병 가진 사람은 왜 노력을 안 해? 그러면서 둘째 낳자는 소리 할 때 보면 낯짝이 두껍다니까. 너희 매형은 이유식 한 번 먹여본 적이 없어.”

  “난 이제 하나가 둘째 낳자고 말할까 봐 겁나. 하준이 하나로 족해. 하준이 어린이집 보내고 복직할 날만 기다리고 있어.”   







  가람의 하루는 길었지만 일 년은 쏜 살처럼 지나갔다. 매일 하준이를 돌본 것 말고는 한 게 없는데, 자신의 나이만 한 살 더 많아졌다. 가람의 복직 한 달 전부터 하준이는 어린이 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준이는 첫 사회생활에 적응을 잘했다. 가람의 복직 전 평일에 하나가 연차를 냈다. 하준이가 어린이 집에 있을 때 모처럼 둘이서 데이트를 하자고 가람이 졸랐기 때문이다.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나가 말했다.



  “오빠, 지금 우리의 행복을 생각하면 예전의 내가 너무 부끄러워. 연애만 하면 어떻겠냐고, 결혼 후에는 아이 낳지 말고 우리끼리 알콩달콩 살자고. 아이가 주는 행복이 이렇게나 큰 줄도 모르고 말이야. 하준이도 동생이 있으면 더 행복할 거야. 그렇지? 나 이제 준비됐는데, 둘째 가질까?”



  하나는 평소처럼 티 없이 맑고 밝은 얼굴이었다. 낳아준다는 데 덥석 물 수가 없다. 어떡하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지난 일 년 같은 시간을 또 반복하고 싶지 않은데. 저 해맑은 얼굴을 보며 뭐라고 말해야 하지. 가람은 머리가 한 바퀴 빙그르르 도는 것 같았다. 엄살이 아니었다. 백미러를 쳐다보고 앞을 보니 어지러워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었다. 하나와 자리를 바꿨다. 이상하리만큼 어지럽고 속도 매슥거려 가람은 곧장 이비인후과로 갔다. 몇 가지 검사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메니에르 병입니다.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으신가요? 당분간 잠을 좀 푹 주무시고요. 처방전 나가니 약 드세요.”


  가람은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아 나온 뒤 근처 벤치에 앉아 ‘메니에르’를 검색했다. 30대 육아하는 여자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질병이라는 글을 보았다. 가람은 방금 본 글을 하나에게 공유하고 톡을 보냈다.


  - 하나야. 둘째는 조금 더 시간을 뒀으면 좋겠어. 나 메니에르 병 이래. 육아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우리 셋이 지금처럼 사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몰라. 하준이는 동생 없이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받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어. 우리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가람이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사라졌다. 하나는 답이 없었다. 하준이 하원 시간이었다. 하준이를 데리러 가느라 메시지에 답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가람은 그렇게 믿었다.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면 여전히 어지러웠다. 가람은 어지러움이 느껴지지 않게 앞만 보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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