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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Bit; 빛. 05화

Bit. 1.4

모자이크로 완성된 첫 번째 무지개

by Youhan Kim

여러 물방울들이 그의 삶을 뒤흔든 이후, 그의 인생에 첫 번째 색이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환경을 거치며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색이 완전해지기까지는 더 많은 조각들이 필요했다. 서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한국과 해외에서의 대학 생활,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서의 인턴십 경험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그의 삶에 새로운 빛을 더해주었다. 그렇게 그가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가 마치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그의 무지개를 완성해갔다.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숙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곳은 전 세계가 작은 공간 안에 축약된 듯한, 이국적이고도 역동적인 장소였다. 그곳에는 배낭을 멘 여행자들, 장기 거주를 꿈꾸는 청년들, 잠시 일을 쉬고 떠난 프리랜서들이 머물고 있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단순히 자신만의 여정을 찾기 위해 떠나온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그 이야기들은 그를 매료시키며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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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경험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에게 무한한 자극을 주었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새로운 색이 섞여드는 것처럼 그의 삶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여행작가를 꿈꾸는 프랑스인 여성은 매일 오후 작은 노트에 글을 쓰며 그녀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호주에서 온 건축가는 서울의 도시 구조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스케치를 했다. 그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특히 그에게 큰 영향을 준 한 이름모를 미국인은 늘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끌며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뉴욕에서 투자 관련 일을 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계를 여행 중이었다. 그와의 대화는 지적인 도전을 넘어 그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갔다. 그가 쏟아내는 사회 구조, 도덕적 딜레마, 인간의 선택에 대한 질문들은 그의 사고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이 대화들은 단순한 여행 경험을 넘어, 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창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다른 문화를 접하는 것이 낯설고,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공용 공간을 다니는 모습은 그에게 생소한 광경이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그들도 나름의 규범과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차이점 속에서 그는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해 돌아보고, 그들과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갔다. 그것은 마치 퍼즐 조각 하나하나가 맞춰지듯, 모자이크의 타일들이 서로 맞물리는 순간들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공용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대화들은 그에게 특별한 배움이었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논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세상을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논리에 반박하며,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얻었다. 모자이크의 타일들이 하나씩 그의 삶을 덮어가듯, 그의 시야도 조금씩 확장되었다.




그러나 그가 얻은 것은 단지 새로운 관점만이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는 동안, 그는 스스로의 내면도 직면하게 되었다. 조울증으로 인해 감정의 기복이 심할 때, 그는 때로 자신이 너무 소란스러운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곤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더 큰 공감과 자비를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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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글로벌 기업에서의 인턴십 경험은 그가 얻은 다문화적 만남의 연장선이었다. 구글과 보쉬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협업은 그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배운 유연한 소통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다. 그는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을 정의해 나갔다. 그들은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함께 일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는 이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무지개를 더욱 풍부하게 완성해 나갔다.




결국, 그의 인생은 각기 다른 색깔과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였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타일들이다. 그 모자이크가 완성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무지개를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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