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 째 편입
첫 번 째 편입으로 만나게 된 Solbridge 경영대학에서의 학업은 단순히 강의실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가 ‘경영학’에 젖어들게 만든 것은 ‘나는 인류에 어떤 긍정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세상은 이미 자본주의라는 큰 쳇바퀴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고, 자본주의의 원리는 ‘돈’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돈’이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 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보이지 않는 숫자를 솎으며, 또한 세상에 커다랗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하며 편입신청서를 작성했다.
편입 이후, 여타 인생의 수 많은 서막들처럼 매 수업은 바람을 타고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모험이었고, 그 안에서 그는 미지의 물결을 타며 끝없는 가능성 속에서 선택과 결정을 반복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가상의 기업을 설립하는 그룹 프로젝트였다. 하나의 작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마치 조용한 물방울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듯,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해 점차 거대한 조직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 재무 분석, 그리고 시장 조사를 통해 우리는 그 파도 위에서 방향을 찾고, 파도를 타듯 사업을 구체화해 나갔다. 그 과정은 마치 끝없이 넓은 바다 속에서 새로운 섬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과도 같았다.
Solbridge에서의 학업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가 만난 동료친구들은 마치 바다를 건너온 다양한 배처럼, 각기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출발해 Solbridge라는 항구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고, 각자가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도 달랐다. 수업에서의 발표는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었다. 각자의 사고방식과 배경에서 우러나온 시각은 그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전통적인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만 익숙했던 그는, 이 다국적 팀 안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문화적 배경과 사고방식은 마치 바다의 다른 해류처럼 그를 이끌었고, 그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항해 방법을 배웠다.
특히, 스타트업 아이디어 대회는 그 항해에 큰 이정표가 되었다. 나는 “Suite & Butle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마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불편함, 낯선 환경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은 그에게 분명한 문제점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원스톱 솔루션이었다. 이들은 그가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면서 직접 겪은 혼란과 불편함 속에서 피어난 아이디어였고,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서 한국이라는 미지의 바다에서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항해할 수 있는 등대가 되기를 바랐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은 파도처럼 몰아치는 도전이었다. 여러 기관과 협력하고, 다양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서비스 수수료를 책정하고, 협력 업체들과의 MOU를 협상하는 과정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세계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도전은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그 파도를 넘었을 때 그는 진정한 성장의 기쁨을 느꼈다.
Solbridge에서의 경험은 그의 경영학적 시각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것은 단순히 책을 넘어, 실제로 기업가 정신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파이낸스, HR, 물류, 비즈니스 모델링, 마케팅 등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모든 요소는 마치 바다에서 필요한 나침반과도 같았다. 이 나침반을 손에 쥐고, 나는 더 깊은 경영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영학의 본질임을 깨달았다.
스타트업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것은 단지 상을 받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항해가 옳았다는, 그리고 앞으로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증명이었다. Solbridge와 인턴십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항로를 제시해 주었고, 그 항해는 끝없이 펼쳐질 미래의 바다를 향한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삶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첫 번 째 편입 후 1년 간, 국제학교라는 타이틀, 국제적 명성을 가진 AACSB를 졸업장에 달아낼 수 있었던 기회는 분명해 보였다. 당시, 성적을 포함해 학교를 떠날 어떠한 핑곗거리도 없었고, 학교에서의 생활은 잔잔한 호숫가와 비유할 수 있었다. 다만, 두 번 째 편입을 준비하게 된 계기인 2017년 기준 한국의 현실은 아직도 내가가진 소수자성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음에 그의 몸은 부분 부분 문드러져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어느 순간, 그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두 번 째 학사학위 편입으로 이끌었다. Solbridge에서 늘 폭풍처럼 달려왔던 그의 삶에 잔잔한 호숫가는 오히려 언제든 내리칠 천둥번개가 있다는 듯 불안을 이끌어 놓았고, 이러한 국내에 만연해있던 호모포비아와 언제나 닥칠 것 같은 또 다른 폭풍우에 대한 불안은 점점 확장되었다. 당시 장거리 중이었던 전 애인의 추천으로, 호주의 메트로폴리탄 시티 한가운데에 위치한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베트남 캠퍼스로의 편입은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자, 무르익어 가는 나날들에 새로운 빛을 더해준 하나의 거대한 기회가 되었고, 이곳은 단지 학문을 쌓는 공간을 넘어, 그의 사고방식과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이었다. 자신의 잔잔한 호숫가에 질려있다는 듯이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다음 챕터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