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뚝이 굵어졌어요

by 티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팔뚝이 굵어졌다. 지난 7월 말, 처음 턱걸이를 시작하면서 쟀던 내 오른쪽 팔뚝 두께는 27.4cm. 그런데 다시 재 본 팔뚝 두께는 28.9cm였다.


줄자가 뭔가 잘못된 걸까? 다시 한번 재 봤다. 여전히 같은 수치. 3개월여 만에 무려 1.5cm나 굵어진 것이다. 1.5cm면 어디냐, 손가락 한 마디쯤 되겠다.


어쩌면 팔뚝 굵어지는 게 당연한 걸 수도 있는데, 막상 굵어졌다는 객관적 수치를 보니 내 몸도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기쁨의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벅참이 있었다.


더위와 장마, 그리고 코로나19가 한참이었던 지난여름 어느 날, 문득 내 팔뚝과 등짝 가지고 왈가왈부하던 아내에 대한 반항심(?)에 턱걸이 대장정이 시작됐다. 철봉이를 들여와 매일 두 번씩은 철봉이와 만나고 있다.


나를 만난 이후 그 뽀샤시하던 철봉이는 마치 선탠이라도 한 듯 까맣게 물들어갔다. 철봉이와의 첫 만남에서 2초 만에 두 손 내려놔야 했던 나는 이제 한 1분 정도 매달릴 수 있는 몸으로 변신했다.(얼마나 매달릴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본 거였는데, 뭐 대수겠나 싶던 1분이지만 팔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손이 곱아서 노트북 자판도 제대로 처지지 않았다. 내겐 그랬다.)


철봉이와의 데이트 상황을 계속해서 지상 중계해 갈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턱걸이 활동 일지를 종료하려 한다. 매일 그 나물에 그 밥 같기도 하고, 조금 사심을 더하자면 브런치 첫 화면에 떠있는 10인의 작가를 기다린다는 입질이 더 크다. 물론 택도 없는 도전이라는 걸 잘 알지만,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일 테니까.


그럼에도 앞으로 턱걸이는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처럼 하루에 두 차례, 아침저녁으로 턱걸이를 시도할 것이고, god의 ‘길’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내가 가는 턱걸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턱걸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지금의 턱걸이가 계속 턱걸이로 남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근육 운동으로 변해갈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근육 운동이 적어도 내 후반부 인생에서 나 자신을 이끌어주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1탄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아일비백(I'll be back)’을 외치며 용광로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오늘, 턱걸이 시즌1을 종료하면서 나 역시 아일비백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턱걸이 속으로 빠져든다. 내 몸이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 싶은 미래의 어느 날, T-1000, 시즌2로 아일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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