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by 티히

애초 2초간 매달렸을 때 이미 알아봤다. 철봉이 이 녀석,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구애의 손길을 던지다 보니, 약간씩 곁을 주기 시작했다. 철봉이와의 만남 3일째, 드디어 힘겹게 이 한 몸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한 턱걸이는 아니고 코 정도까지 건 코걸이였지만 그 어려운 걸 해내지 말입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감격도 잠시, 여세를 몰아 한 번 더 들어 올려보겠다 힘을 준 순간, 왼쪽 팔뚝에 통증이 일었다. 아무래도 연약한 내 팔뚝이 좀 놀란 것 같았다. 이후 철봉이에 매달릴 때마다 왼쪽 팔뚝 통증은 계속됐고, 그래서 요즘엔 그냥 팔만 5번 정도 깔짝대는 정도로 전략을 바꿨다.


깔짝댄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임에도 철봉이와 만나고 나면 마치 내 팔뚝에 알통이 떡 하니 달려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 팔 전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게 좋았다. 뭔가 근육이 꿈틀대는 것 같은 이 느낌, 상상 알통이었던 걸까?


철봉이를 데리고 온 다음부터 우리 집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한 번씩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철봉이 녀석, 워낙 낯을 가리는지라 귀여운 우리 딸들에게도 함부로 곁을 주지 않는다. 둘째가 예전부터 원숭이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이곳저곳 많이 매달렸었는데, 한동안 매달리기와 담을 쌓다 보니 수월찮은 것 같았고, 저질 체력의 대가인 큰 딸도 1초를 채 버티지 못했다. 딸들은 처음에 그렇게 몇 번 매달리는가 싶더니, 이젠 시큰둥하다. 대신 가끔씩 빨래가 매달리곤 했다.


어느 날 철봉이와 씨름을 하면서 오만상 다 찡그리며 버둥대고 있으니, 아내가 좀 가소로워 보였나 보다.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아내가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나보다 좀 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아내다 보니 내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여보, 철봉이 무너져~”


전혀 못 버틸 것 같았는데 나보다 굵은 팔뚝의 힘이었는지 아내는 그래도 몇 초는 버텼다. 매달리고 나서 아내는 철봉이가 자기 몸을 쭉쭉 늘여주는 것 같다며 좋아라 했다. 요즘 나랑 등산의 재미에 눈 뜬 아내는 철봉이한테도 매력을 느낀 것 같다.


간혹 유튜브에서 그 유명하다는 ‘땅끄부부’ 헬스 동영상 보면서 운동을 하기도 하는 아내가 철봉이와의 밀당에 동참한다면, 우리 부부도 ‘철봉부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내가 가세하면서 내 턱걸이 여정에 동반자가 생길 것 같은 아주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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