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통’을 깎기 시작했다

by 티히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대리석 안에 이미 존재하는 형상이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는 것이라 했단다. 그래? 마침 몸에 관심도 생겼겠다, 이참에 미켈란젤로 하면 떠오르는 그 유명한 ‘다비드상’의 몸을 사진으로나마 꼼꼼히 살펴봤다.


올록볼록 까지는 아니지만 복근이 상당히 아름답게 잡힌 것 같았다. 울퉁불퉁 까지는 아니지만 가슴팍도 상당히 균형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요즘 관심사인 팔뚝은 음, 운동 좀 했다는 사람들처럼 우락부락한 느낌까지는 없었다. 턱걸이 좀 하다 보면 다비드상 팔뚝만큼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 나는 알통을 조각하는 미켈란젤로다. 이미 내 몸 안에 존재하는 알통을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불필요한 살집을 걷어낸다.’


갑작스러운 턱걸이로 깜짝 놀란 팔뚝이 태업을 하는 바람에 아직은 깔짝대는 수준. 그럼에도 변화는 있었다. 마치 ‘네 몸 안에 나 있다’는 것처럼 알통이 내 팔뚝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


턱걸이 시늉이라도 좀 하고 나면 한동안 팔이 뻣뻣해지면서 뭔가 팽팽한 긴장감 같은 게 느껴진다. 어깨에도 힘이 팍 들어가면서 뒤로 확 젖혀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평소 아내의 주 타깃인 등짝도 일직선 고속도로처럼 쫙 펴진 듯하다. 그런 팽팽함이 한 30분 이상은 가는 것 같다.


간혹 팔뚝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알통이 조금씩 자라는 것 같기도 하다. 가슴팍도 지금은 야트막한 야산 같지만 악산(惡山)같이 성이 나 있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뭐, 다비드상 같은 걸작이 만들어지진 않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현재의 몸보다는 내일의 몸이 더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있다.


그러고 보니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는 것’이라는 말이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몸도, 주변도, 업무도, 그리고 인간관계도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면 핵심만 남을 테니까.

keyword
이전 03화아내가 매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