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by 티히

팔뚝에 긴장감이 팍팍. 등짝이 고속도로처럼 쫙쫙.

마치 ‘상상 알통’처럼 내 몸에 찾아오는 변화를 즐기던 어느 날.

과연 주변 사람들은 내 몸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졌다.


아내에게 알통을 내밀어봤다.

“그 전에는 음... 단단함이 찌개용 두부 정도였다면, 지금은 부침용 두부 정도 되는 것 같아.”


두부살이라는 말을 얼핏 들어보긴 했지만, 내 팔뚝이 두부살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순두부 아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찌개용에서 부침용으로 업그레이드된 거니 어쨌든 만족.


철봉이와의 동거도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뭔가 팔뚝에 팍팍 힘이 들어가고 등짝이 쫙 펴지는 듯한 느낌에 더해 완전히 철봉이에 턱을 걸진 못하지만, 3분의 1쯤 팔을 굽히는 깔짝 턱걸이를 그나마 10개 정도는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처음 철봉이에 매달렸을 때 천근만근 느껴지던 내 몸이 이제는 백근천근 정도로 좀 가벼워진 느낌이라는 것. 철봉이가 내 몸을 이렇게 바꿨어요 할만한 부분들이다.


한 가지 더, 그 전에는 뱃살이 나오건 말건, 알통이 있건 말건, 가슴팍이 빈약하건 말건, 내 몸에 관심이 1도 없었고, 김종국, 비 같은 남자 연예인들의 근육질 몸매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이제 내 몸, 그리고 다른 남자들의 몸을 조금씩 훔쳐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샤워 후 거울에 비치는 내 몸을 이곳저곳 훑어보면서, 최근 꼼꼼히 살펴봤던 ‘다비드상’의 몸을 갖다 붙여본다. 알통과 가슴팍을 키우는 것도 키우는 거지만, 휴가 기간 좀 더 두툼해진 것 같은 뱃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는 광고 문구처럼 내 몸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길이 간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생겼다는 것.


이두박근이 뭔지, 삼두박근은 뭔지, 그리고 살과 근육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앞으로 몸에 대해 연구하는 철봉맨이 되어보겠다 갑자기 의욕이 불끈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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