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내는 내 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했다. 그 첫 희생양은 등짝이었다. 앞에서 보면 펴졌는데, 뒤에서 보면 휘었단다. 잉? 도대체 무슨 말인지 설명을 해달라 해도, 그냥 그렇게 보인다는 거였다. 거울 옆에 서서 비쳐봐도,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휘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내는 설명을 하긴 힘들지만 그냥 그렇다고 했다.
두 번째 타깃은 내 팔뚝이었다. 도대체 사내의 팔뚝이 아니라는 것이다. 뭐 그건 어느 정도 인정한다. 유달리 작은 손이나(내 손만 한 성인 사내 손은 딱 한 번 봤다) 알통 하나 없는 밋밋한 팔뚝은 내가 봐도 참 볼품이 없었다.
마침, 근육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나이(반백살)가 됐다. 걸어서 출퇴근하니(하루에 1만 보 이상) 일단 하체 근육은 됐다 싶었다. 거기에 올해 10km 달리기에 도전해보려고 달리기도 시작했다. 올 가을, 마라톤 대회에 나가 당당히 10km를 달리기 위해 1주일에 두세 번은 달려보겠다고 계획했다. 코로나19로 마라톤 대회는 꿈도 못 꾸고, 일요일 한 차례 25분 달리기로 바뀌었지만, 어쨌든 지속적으로 달리고는 있으니 반 성공이다.
허벅지도 중요하지만, 가슴팍도 중요하다. 뭔가를 과시하고 싶어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내 팔뚝, 등판 가지고 뭐라 하는 아내의 코를 살짝 눌러주고 싶었다. 물론 그 보다는 어느덧 중년이 된 내 몸,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마침, 매주 일요일 달리기를 함께 하는 오랜 지인은 집에 철봉을 매달아놓고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한 5개 정도 한다는데 팔뚝을 만져보니, 오, 뽀빠이 팔뚝이었다.
한 때 문틀에 철봉을 달았다가 문틀이 벗겨지는 참사가 있었던 터라 주저주저하던 차, 검색을 해보니, 괜찮아 보이는 철봉들이 많았다. 마침 살고 있는 아파트 역시 예전처럼 아주 오래된 아파트가 아니었기에, 문틀이 벗겨지는 참사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지금의 철봉이(내가 구매한, 문틀에 고정시키는 턱걸이용 봉의 애칭)를 만나게 됐다.
철봉이와의 첫 만남. 마치 여의봉처럼 양 끝이 늘어나면서 문틀에 척 달라붙는 그런 녀석이었다. 수평 맞춘다고 몇 번을 붙였다 뗐다 한 뒤, 안방 문틀에 척 하니 달아놓았다. 살짝 철봉이에 올라타 보니, 와우, 이 녀석, 만만찮은 녀석이다. 그렇게 철봉이와의 밀당이 시작됐다.
영화 ‘엑시트’를 보면 철봉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조정석이 나온다. 뭐 영화에 나오는 조정석까지 바라는 건 사치다. 고등학교 시절, 체력장 종목 중 턱걸이 만점이 한 20개였던 것 같은데, 물론 턱걸이 20개도 좀 사치인 것 같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10개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과연 턱걸이 10개가 가능할까? 턱걸이 10개를 하면 내 몸과 마음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턱걸이 10개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