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조용한 곳을 찾자
1Q84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이 아주 두꺼운 데다가 비슷한 두께로 무려 총 3권까지 있기 때문에 "이걸 언제 다 읽어?"라는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본인 스스로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1Q84를 읽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축에 속합니다. 이 정도 분량의 책을 다 읽으려면 도대체 며칠이 걸릴지 걱정이 먼저 앞섰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걱정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셔도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 덕분에 쉽게 다음 문장으로, 그리고 그다음 문장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책을 펼쳐봅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그럼 이제 1Q84를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은 포인트들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IQ84가 아닙니다. 1Q84입니다. 지금은 소설이 꽤 유명해져서 헷갈리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전에는 꽤 많은 사람이 아이큐 84, 즉 아이큐가 84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어느 신문사에서는 IQ84라고 기사를 냈다가 망신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어떤 책을 읽고 있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이큐 84를 읽고 있어"라고 대답한다면 "바보야, 아이큐 84가 아니고 1Q84야." 라며 창피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꼭 제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꽤 교양 있는 사람이다.'라며 젠체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습니다.
소설은 여러분은 이상한 세계로 데려갑니다. 그 세상은 현실세상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에 주인공 아오마메는 그 미묘하게 다른 세상은 1Q(Question Mark) 84라고 지칭합니다.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오마주입니다. 실제로 소설 내에서도 자주 언급이 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알파벳 Q가 일본어로 숫자 9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본인의 작품 속에서 많은 노래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재즈를 많이 언급합니다. 아마 작가가 예전에 재즈바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직 재즈바 사장답게 많은 재즈 명곡을 소설 속에 담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소설에 백그라운드 뮤직을 틀어놓은 듯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독자 대부분은 소설에서 언급하는 그 재즈가 어떤 노래인지 잘 모르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유튜브에 '1Q84 재즈'라고 검색을 하면 소설에 등장하는 재즈들로 이루어진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아니면 책을 읽기 전 혹은 후에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소설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에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 그리고 소설에 등장하는 '신포니에타'는 재즈는 아니지만 1Q84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소설의 시작과 함께 거의 함께 등장하는 노래이니 독서를 시작하기 전, 혹은 시작하면서 바로 틀어놓고 소설을 읽으면 주인공 아오마메가 어떤 노래를 듣고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아주 높은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호불호가 꽤 심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는 성적인 묘사가 아주 적나라하게 되어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서 다뤄지는 성적인 묘사는 대부분 특정 페티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적응이 안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옛날에 '노르웨이 숲'이 처음 한국에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그의 성적인 묘사에 대해 적잖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만일 정말로 그런 성적인 묘사나 이런 건 싫다, 하시는 분들은 좀 불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성적인 묘사가 그의 작품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흔히 패티쉬는 여러 문학작품에서 자신의 결여된 특정한 부분을 다른 곳에서 채우기 위한 수단의 느낌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1Q84에는 아주 중요한 한 사건이 발생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1995년 도쿄에서 실제로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당 소식을 전해 듣고는 죄 없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저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사건에 관해 조사하고 인터뷰한 뒤 자신의 유일한 르포타주인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 소설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은 일본의 사이비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의 신도들이 출근 시간 사람이 붐비는 도쿄 지하철에서 독가스인 '사린 가스'를 살포한 사건입니다.
이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테러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까지 대량살상무기가 전쟁에서 사용된 적은 있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총 14명의 시민이 숨졌고 6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와 그들이 벌인 테러행위에 대해서는 많은 곳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소설 읽기 전 간단하게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장소입니다. 이 소설을 제가 들고 다니며 읽은 곳은 집, 카페, 도서관, 지하철 등에서 읽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차마 야외에서는 읽지 못하겠더군요. 몇 분만 지나도 땀이 삐질 나기 시작하고 책에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집은 왜인지 잘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집에서 책을 읽기보다는 밖에 나가서 읽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사는 집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독서 중 방해받을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만일 평소에 집에서 독서를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집에서도 잘 읽기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왠지 카페에서 책이 가장 잘 읽혔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독서 공간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소음이 있고 사람이 제법 많아지는 시간대에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뭐랄까 내용이 방에서 안락하게 읽을 그런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좀 더 세밀하고 집중해서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근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미스터리하고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하고 긴장되는 장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노래는 저는 웬만하면 듣지 않는 것이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무조건 노래를 틀어놓고 독서하는데 말입니다. 특히 극초반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장면 자체가 시끌하고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바뀌기 때문에 만약 노래까지 정신없이 흘러나오면 더욱 집중이 안되었습니다. 평소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음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만일 본인이 조용한 장소에 있다면 노래 없이 독서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설 중반정도에 소설에 집중이 되고 몰입이 된다면, 아니면 본인이 현재 있는 장소가 소음이 심해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어야한다면 클래식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래인 산포니에타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산포니에타도 노래의 변화가 많고 꽤 다이내믹한 노래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초반 부분에서는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설의 초반에는 산포니에타의 이야기가 꽤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먼저 산포니에타를 듣고 (특히 도입 부분을 들었습니다) 책을 펼쳐 읽었습니다. 하지만 산포니에타의 다이내믹함에도 집중을 잃지 않을 독서 베테랑들은 노래를 들으면서 읽어도 딱히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산포니에타의 그 미스터리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소설과 제법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1Q84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만 대부분 재즈로 이루어진 플레이리스트였고 대부분 소설의 분위기와는 별로 맞지 않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 평소 재즈를 들으며 독서를 즐겨하시는 분이라면 해당 플레이리스트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1. 아이큐 84가 아니라 1Q84다.
2. 1Q84의 등장하는 재즈, 특히 산포니에타를 미리 들어보자. 아니면 다 끝나고 들어보자.
3. 성적인 묘사가 등장한다. 주의하자.
4.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은 소설의 메인이벤트의 모티브가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5. 초반에 집중과 몰입이 힘든 구간이 있다. 최대한 방해받지 않고 조용한 장소가 베스트다. 그 이후부턴 적당한 노래, 하지만 곡의 변화가 심하지 않은 노래를 선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