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중요성
"책 읽다가 이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서 공유해~"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엄마가 공유해 준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매한 독자는 시인이 겪은 매력적인 순간이 부러울 뿐, 완전히 평범한 사건을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그려낸 시인의 대단한 상상력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의 저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의 한 부분이다.
나에게 책의 좋은 내용을 공유해 주는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감사하다.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상을 풍요롭게 해 준다. 나의 세상과 다른 이의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세상에 80억 개의 세상이 있다. 그 세상은 개인의 눈동자에서 빛나기도, 어둑해지기도 하며 창조와 재창조를 반복한다.
왜 관점(觀點)이라고 할까? 관점은 볼 관에 점 점 자를 쓴다. 놀랍게도 영어로도 point of view, 직역하면 바라보는 것의 한 점이다. '바라보는 행위'는 사실 '집중하는 행위'와 같다. 부주의맹이라고 들어보 적 있는가?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글만 보일 뿐 그 외의 것들은 뿌옇고 어렴풋이 보인다. 이 상황에서 주변의 어느 것이 움직이거나 사라져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를 실험한 것이 바로 유명한 '고릴라 실험'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집중하는 것만 제대로 볼뿐, 그 이외의 것들은 거의 보지 못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열심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야 한다. 하나의 점을 바라보는 것. 아니, 오직 한 점만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의 점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살지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고독을 바라볼지, 아니면 곧 푸르게 피어날 잎사귀를 담고 있는 희망으로 바라볼지 정해야 한다. 구름 사이로 가끔씩 비추는 월광을 바라보며 바다에 빠져 수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숨만 헐떡이는 절망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구름으로 가득 메어져도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나오는 섬광의 열정을 느낄 것인지 정해야 한다.
나는 부끄럽게도 전자의 관점을 가지고 살았다.
어느 밤에 산책을 나왔다. 달빛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잎사귀 하나 달려있지 않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발을 들었다가 이내 조금 앞에 다시 내딛는 과정 안에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어딜 가도 꾸준히 나를 쫓아오는 그림자였다. 내가 어디로 가든 나의 그림자가 늘 쫓아온다는 사실이 마치 나의 과오와 치부는 어딜 가든 나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비참함과 무기력함이 차가운 새벽 공기에 적셔져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며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는 누구나 아는 상식을 떠올렸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빼곡히 쌓인 구름 사이로 달빛이 필사적으로 비집고 내게로 떨어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로등 여러 대가 나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바닥을 보고 걷는 사람은 자신을 늘 따라다니는 것은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하늘을 보고 걷는 사람은 자신을 늘 따라다니는 것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밤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작은 수첩에 글을 쓴다. 밤의 찬 공기가 아직 몸에 남아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다듬어야 하고 수정해야 할 불완전한 문장이지만 일단은 적고 본다. 그 혼란과 불확실함이 마치 야생의 날것과 같기에 이런 어리숙한 문장도 볼 맛이 있다.
잠시 수첩을 바라보다 한 문장을 덧붙였다.
하늘을 보고 걸어본 사람은 그림자를 보고도 빛이 자신을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기회를 발견하고 성장한다. 정말 짜증 나는 상황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빛이 난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눈이 시릴정도로 빛이 난다. 마치 천사나 요정같이 다른 세계 속 존재들 같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다. 그들의 바라보는 세상은 나의 것과 다르다. 그렇다고 그 빛물체들처럼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관점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 혹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는 것. 내 세상을 바꾸는 일이지만 아주 작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