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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상담

불안의 기질.

by 롤빵



첫 번째 상담이 끝났다.

분리불안 자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해소되는 증상인 것에 반해

아이는 빠른 시간 등교를 잘하게 되었고, 여름방학을 무사히 잘 보냈으며, 새로운 친구관계도 생기며 2학기 적응도 수월했다. 더불어 상담과정에서 우울증, 자존감하락과 같은 내 아픔도 알았기에 많은 수확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8회가 넘어가면서 상담선생님의 이야기가 반복적이거나 깊이 와닿진 않았다는 것.

아이 역시.. 다 잊고 잘 지내고 있는데 주말이면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그 시간이

자신을 어떤 '문제아' 혹은 '걱정거리'로 느껴지게 해 상담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고 한다.


많은 호전이 있었지만, 길게 보고 고쳐나가야 하는 분리불안 특성상 아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다른 상담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마침 지인이 새로운 상담을 추천해 주었고(감사감사^^), 줌으로 집에서 나만 들으면 되는 상담수업을 신청했다.






사전 심리검사지를 작성하고, 4주간 상담수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아이의 불안함이 과잉보호나, 방치 때문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선택형 연대형 기질'이라, 사회적인 상황에서 불편한 자극과 환경적 변화 및 타인의 정서적 반응에 모두 기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불편한 자극 자체에 대한 반응도도 예민해 사회적인 상황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욕구인 '깊은 교류를 하려는 욕구'를 충족해 줄 안전한 부모나 또래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나누며 그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돌아보고, 표현하며 잘 성장할 수 있는 타입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엄마인 나와 잘 맞았던 게 오히려 다행이란 소릴들었다.


그동안 불규칙적인 일을 하면서 기관에 오랜 시간 맡겼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었다. 그런데 나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어서 오히려 기관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뭔가 위로가 됐다.


반면, 나는 '다양한 행동형 교감기질'로 다양한 활동을 통한 성취로 에너지를 얻고, 관계에서의 교류를 통한 정서적 욕구 모두를 충족하려는 기질로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아이와 상반되는 기질적 특성을 가졌다.


친구관계에서도 딱 마음에 맞는 2-3명의 친구만 있으면 되는 아이에게, 다양한 친구들을 다방면으로 사귀길 바라는 마음으로 억지로 학원을 보내며, 캠프를 보내며, 다양한 집단에 소속시키며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오히려 불안을 부추겼던 것이다. ㅜㅜ


4년가량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하원 후 친구들과 더 노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이는 딱 30분 정도만 놀다가 어느 순간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가곤 했었다. 그때마다 왜 돌변하듯 집으로 가자고 하는지 도통 아이같이 않은 행동에 이해할 수 없었는데 최근에 그 이유를 들었다.


아이는 그때 내게 벌을 주었던 것이다.


자기는 엄마와 놀고 싶었는데 기관에서 참았던 것처럼, 엄마도 자기와 놀고 싶은 마음을 참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친구들과 노는 척하며 시간만 때웠던 것. 그 시간만 지나면 친구들과 노는 건 애초에 관심도 없었으니 당연히 집으로 갔었던 것.


'아.. 내가 아이를 오해하고 있었구나.'


9세가 되도록 나는 아이가 조금 유별난, 특이한 기질의 아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그러나 오해라는 걸 알고 나자, 아이의 기질을 잘 파악하지 못해 생겼던 무지에 대한 미안함이 생겼다.


게다가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남자아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힘겨워했었다.

그런데 나는 그곳을 빨리 벗어나게 하기보다, 그 친구의 잘못이 드러나도록 아이에게 대처방안을 훈련시키고 기관에 항의하고 졸업까지 버텼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기관을 더 불편한 곳으로 인식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린이집에서 힘들어했던 그 시기가 떠올라 아이에게 사과했다.

아이는 이제는 많이 컸는지 괜찮다고 했지만,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마도 여러 욕구가 있고, 여전히 자기 인생을 펼쳐나가고 싶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는 인생에선 아이의 성장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일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버겁고 힘겹지만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아이의 성장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가장 숭고한 싸움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출처 _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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