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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고라니 Dec 18. 2020

[29세내집마련기] 6.부동산 공포증 극복법

부동산 고르는 법


동년배들에게 부동산은 미지의 세계다.

지천에 깔린 것이 공인중개사 사무소이지만,

2030에게 '부동산', '복덕방'에 대한 인식은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1) 아예 모르거나 2) 별로 안 좋거나.

특히나 자취를 오래 한 친구들은 집주인 편드는 부동산 때문에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한 번쯤은 있는 것 같다.


이번 편에는 부동산 사장님 딸래미로써

친구들에게 부동산 공략 꿀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부동산 공포증을 극복하려면,

먼저 마인드셋부터 장착할 필요가 있다.




29세 우당탕탕 내집마련기

6.부동산 공포증 극복법





0. 부동산 딸래미도 부동산은 무섭다



나의 개인적인 넋두리로 긴 서두를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엄마미께서는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하시다가,

40대에 이른 은퇴를 하시고 자식 2명의 경제적 독립을 완료시킨 뒤 지금은 유유자적 자유부인의 삶을 즐기고 계신다.

(내 삶의 워너비)



이른 은퇴가 있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초등 저학년 시절, 한밤중에 저녁에 먹었던 김치찌개의 돼지고기가 생각나 몰래 건져먹으러 방을 나서면

엄마가 스탠드등을 켜놓고 밤늦게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공부하고 있어서 매번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나와 동생의 교육비 보조와,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시작하셨다.

근무시간이 일반 직장인보다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선택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적,

부동산은 엄마의 삶의 현장이자 나의 놀이터였다.

나는 부동산이 돌아가는 생리를 어릴 때부터 알았다.



이쪽에는 믹스커피가 있고, 저쪽에는 현미녹차가 있으며, 찬장에는 육개장 사발면이 있고, 냉장고에는 우리가 아침에 먹다 남긴 반찬들로 싼 엄마의 도시락이 있고, 초록색 외계인 '지토'가 나오는 영어CD가 안 돌아간다고 내가 구라를 쳐서 새 컴퓨터를 사는 바람에 엄마 사무실로 밀려온 낡고 오래된 컴퓨터로 엄마는 서류작업을 하고, 인터넷에 매물을 올린다는 것을...


나는 다 알고 있었다.


나에게 새 컴퓨터를 가져다주시고 '헬로 봉쥬르 니하오 안녕!'을 가르쳐준, 요즘엔 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지토 선생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10년 넘게 부동산 딸래미로

엄마 사무실을 굴러다녔던 나도

막상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에 전화하고

돌아다니며 물어보는 일은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러니 주택을 매매해본 경험이 없거나,

자취방 월세/전세로만 부동산을 접해본 동년배들이

부동산을 무서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30이라면 부동산을 무서워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그 사실을 부동산 사장님에게 들켜서

호구잡힐까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무서운 게 당연한 거다.






1. 쫄지마 우린 손님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왕이다!!!!!!)



공인중개사에는 '공동중개' 라는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A 부동산이 내가 맘에 드는 매물을 갖고 있다. 근데 왠지 불친절한 것 같고 사장님이 내 맘에 안 든다.

나는 B 부동산 사장님이 친절하고 맘에 든다.

그런데 그 매물은 갖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B 부동산 사장님을 통해 A 부동산이 갖고 있는 매물을 거래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공동중개'의 핵심이다.


집주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한 다리 더 건너야 하는 불편함은 있으나, 그 불편함은 사장님들이 감수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은 지나쳐가는 손님이 워낙 많아 손님 한 명 한 명에 소홀할 수는 있으나, 동네 부동산 사장님들끼리는 계속 봐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A사장님과 B사장님이 부모님의 웬수(...)가 아닌 이상

통상적으로는 공동중개에 다들 소홀하지 않고 좋게좋게 잘 해주신다.



(물론 A사장님을 통해 맘에 드는 매물을 이미 본 상태라면, B사장님에게 꼭 먼저 얘기를 해서 서로 말은 맞춰야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매물을 갖고있는 부동산과 거래하는게 좋긴 하다. 지금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는 공동중개가 가능하다는 100%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든 내 맘에 드는 부동산과

거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A사장님에 대해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친절하고 양심적인 부동산이 잘 되는 것이 당연한 거고,

친절함은 부동산의 주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딸래미로써 그 점은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2. 부동산에 전화 거는 방법



위에서 쫄지 말라고 말했지만,

막상 제일 쫄았던건 나였다^^.....

나는 부모님의 전화도 잘 안 받기 일쑤이며,

극도의 전화공포증으로 업무에 지장도 있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관심 있는 단지나 매물에 대해

전화로 물어볼 때 먼저 대본을 적곤 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인 가격과 입주가능 여부는

네이버 부동산 매물에 다 나와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부동산에서 00아파트 000동 00층

0억 0천에 나온 매물 보고 연락드리는데요,

진행 가능한가요?"



그럼 대강 그 물건이 진행 가능한 것인지,

특이사항이 있는지 설명해 주신다.

그럼 그때부터는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된다.



주요 질문은



* 수리 어디까지 됐나요?

* 언제 볼 수 있나요?

* 해 잘 드나요?

* 세입자가 언제 나가나요?

* 네고 될까요?(ㅠㅠ)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이 단계에서 좀 뭔가 불친절하고

내 맘에 안 든다 싶으면,



끊고 그 주변 다른 부동산에 전화해서

똑같이 물어보면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손님이다. 쫄지 말자!






3. 부동산 데일리룩 #ootd



내가 생각했던 부동산룩


부동산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제대로 된 부동산은
어리고 돈없어도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한창 명품을 좋아하던 시절,

같은 급의 명품 브랜드를 걸치지 않고 백화점에 가면

뭔지 모르게 무시를 당할 것 같은 느낌에

더 한껏 꾸미곤 했다.


부동산은 명품보다 훨씬 더 큰 금액대가

오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조금 위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은, 더군다나 제대로 된 부동산

절대 당신의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의 현실 : 롱패딩김밥


처음 임장을 다닐 때는 화장도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었지만 점점 쌩얼에 마스크... 롱패딩...(추운걸 어떡해요)



마지막으로 매매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은

머리도 안 감고 갔다.

그 정도로, 어리고 돈 없다고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치만 머리는 감고 가라)






4. 다시 한번, 어리고 돈 없는 것은 무기다



이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2030은 부린이를 넘어 부신생아에 속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제일 어리고 가난한 이들이

바로 2030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것이 곧 무기가 된다.

위에서 말했던 '제대로 된 부동산' 이라면,

어리고 돈 없는 우리가 알토란같이 모은

작고 귀여운 씨드 들고

'아파트 사고 싶어요 ㅠㅠ' 하며 온 것을

대견하고 기특하게 생각하지,

'돈도 없는 게 꺼져!'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작고 귀여운 존재이다.



역시 어린게 최고야~~~~!!!!!



 '제대로 된 부동산'을 찾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팁을 공유한다.

(지적 환영합니다)



1. 첫 전화에서 판가름 난다,

전화받을 때 귀찮아하면 가보지 말아라



2. 내 자금과 대출 현황, 대출예정(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 등)을 먼저 공유해라.



3. 규제와 세금 등 모르는 것이 있으면

꼬치꼬치 물어봐라.

잘 알고 설명해 주시거나,

잘 몰라도 같이 알아봐 주시는 분이 좋다.



4. 일반화는 아니지만, 대부분 내 부모님 또래의

사장님들은 오지랖 넓게 잘 봐주신다.

(정말 자식처럼 생각해서 결로까지

체크해 주는 분도 계신다)



5. 본인 자랑을 하는 사장님은 걸러라, 대부분 실속 없다



약간의 곰살맞음과 귀여움만 장착하면,

우리는 '부동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어화둥둥 임장을 다닐 수 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과 예의는 장착해야 한다



부동산 사무소는 정말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웬만한 아파트 상가는 한 집 건너 부동산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선택지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아양을 떨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되 적당한 귀여움으로

우리의 모자란 지식과 씨드를 커버한다면

떡고물이라도 더 받아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의 글을 너무 감명 깊게 읽은 나머지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싼 아파트 내놓으라는 진상짓은 하지 말자.





부동산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동년배들을 위해

마인드셋 꿀팁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위의 글을 읽고 겁나는 마음은 좀 내려놓고,

차분하게 전화부터 하길 바란다.


마음에 드는 매물과 부동산을 찾았다면,

이제는 편한 옷에 편한 신발을 신고,

마스크 꼭 끼고,

진짜 '임장' 을 나설 차례다!!



다음편>>



7. 대망의 임장 실전편


(갓 태어난 부신생아입니다. 부동산의 길을 먼저 걷고 계신 선배들의 지적과 가르침은 언제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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