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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Jul 28. 2024

암에 걸려 좋은 점 5 - 잠시 빌려 쓰는 몸

암 치료와 함께 나에게는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가슴과 겨드랑이에 생긴 흉터, 방사선 치료로 구워진 피부와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 항호르몬 치료로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와 아릴 정도로 건조해진 피부, 땀범벅이 되었다 추웠다를 반복하는 몸.


나는 그동안 내 몸이 내 마음과 늘 나란히 가줄 거라 생각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저 빌려 쓰는 몸이었다. 아무리 내가 유지하고 가꾸려고 애를 써도 내 몸은 너무나 쉽게 내 의지와 멀어질 수 있었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단 그 진부한 말이 왜 내 신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순식간에 너무나 변해버린 나를 보며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언제든 잃을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어떤 모습의 나도 사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러한 생각의 변화 덕분에 그동안 예뻐 보이고 싶어 치장에 꾸준히 들여왔던 노력들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잃게 될 '미(美)'가 아닌, 내 정신을 담고 살아가는 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번쩍 들었다.


손발톱 매니큐어, 머리 염색, 머릿결 관리, 향기 나는 제품들에 들어갔던 많은 꾸밈비들이 줄어들자 꽤 신나기

도 했지만, 사실 꾸밈비가 줄어든 대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느라 식비가 늘어 지출은 더 커져버렸다.


그래도 나는 이런 결정이 무척 만족스럽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판단할 수 있어졌다는 것보다 더 큰 소득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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