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 좋은 5가지 이유

출근하지 않으니 별게 다 좋다

by 장수생

1. 모든 날씨가 좋다.


장마라 그런지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천둥과 거친 바람까지. 하늘이 들려줄 수 있는 모든 소리가 들리는 날이었다. 소리가 너무 컸던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바라보며, 한 참을 거친 비가 내리는 장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덥거나 춥거나 또는 날씨가 너무 좋아도 별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날씨는 매일매일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들에게 더욱 출근하기 싫다는 핑계를 주는 것일 뿐 다른 감흥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비가 오면 '옷 젖을 텐데', 눈이 오면 '운전하기 힘들겠네', 더우면 '땀나는 거 정말 싫은데', 추우면 '이불 밖은 위험한데', 날씨가 좋으면 '놀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날씨에 출근하기 싫다는 이유를 만들어 냈었다. 그래 봤자 어차피 출근은 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나에겐 모든 날씨가 마냥 좋다. 아직 가을과 겨울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봄에 날씨가 좋은 날은 '오늘은 산책 좀 하고 커피 한잔 하고 와야겠다', 비가 올 때는 집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창 밖으로 비 내는 거 정말 보기 좋다', 더우면 '이런 날은 역시 에어컨과 아이스커피지'.라는 생각으로 어떤 날씨에도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2.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아도 괜찮다.


"아빠, 유치원 가기 싫어? 학교 안 가면 안 돼?"

"응.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오늘 아빠랑 놀자."


맞벌이하는 집에서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또는 학교에서 갑자기 휴교를 한다거나 이도 아니면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때를 쓰는 날 같은 넋이 빠져나가 버리는 날들이 생긴다.


하지만 휴직 중인 지금은 그런 날들이 없다. 학교를 안 가도 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기에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학교를 안 가면 계획된 휴직 스케줄을 즐길 수 없기에 조금 귀찮거나 짜증이 나긴 하지만 걱정은 전혀 되질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항상 집에 있다는 걸 알아서 아이들도 마음이 편해진 건지 작년과 다르게 조금 더 커서 그런 건진 모르겠으나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내가 한 번씩 "오늘 학교 안 가면 안 돼? 아빠랑 저어기 놀러 갈까?"라고 물으면 "싫어. 학교 가서 애들하고 놀 거야."라며 바로 거절을 한다. 농담 삼아 물어본 거기에 '좋아'라고 말하면 그것도 문제지만, 고민도 없이 싫다고 말하니 그 또한 서운하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건 참 마음이 편해진다.


3. 일요일 오후에도 어디든 갈 수 있다.


"아빠, 나 기차 타고 싶어?"

"그럼 기차 타고 여행 갔다 오자"


일요일 오후. 기차를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막둥이가 기차를 타보고 싶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일요일 오후에 어떻게 가? 아빠 내일 출근해야 돼. 다음에 가자. 다음에 꼭 갈게. 알았지?"라고 말했을 테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가기 싫은 때도 당연히 있지만 그 이유에 다음 날 출근해야 되기 때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어느 날이든 가족들만 원하면 나 갈 준비가 되어 있고 바로 실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너무나 좋다. 일요일 늦은 밤에 기차 타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고, 평일 새벽 일찍 산책을 나가는 것도 좋다. 잠자는 시간에 전혀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자나 조금 늦게 자나 아니면 오늘 자지 않아도 피곤할 뿐 걱정은 없다. 내일의 걱정 때문에 오늘을 즐기지 못했던 지난날 들이 나 자신이 너무나 안쓰럽다. 복직 후에 직장인이 되면 어차피 예전과 같아질 것 같기에 지금의 날들을 최대한 즐기고자 한다.


4. 취미가 생긴다.


취미가 전혀 없었다. 무언갈 하고 싶은 의욕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갈 자꾸 하게 된다. 평생 싫어했던 공부를 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전통주 만드는 걸 배운다. 글 쓰는 걸 배우고 매주 하나의 글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구나라는 걸 나이 마흔에 이제야 알 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라는 게 국영수 과목을 듣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교육을 다시 받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 싫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든 클래스 101이든 다른 사이트든 마음에 와닿는 교육이 있으면 자꾸 듣고 싶고 들어보려고 한다. 재테크, 요리, 인문학, 사주 등 여러 가지를 한 번씩이라도 들어 보려고 하는데 참 재미있고 신기한 내용들이 많다. 살아가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전통주 만드는 수업을 나가고 있다. 휴직 후 인터넷을 보고 막걸리를 한 번 만들어 보았는데 별로 맛이 없어서 다 먹지 못하고 버렸었다. 그런데 근처에 전통주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수업을 나갔다. 첫 시간에 만든 술을 어제(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날 기준) 처음 마셔보았는데 너무도 맛있었다. 내가 만든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셨다. 휴직하고는 술을 거의 안 먹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나 보다. 맛있어서 좋고 내가 만들었다는 걸 가족들에게 자랑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건 더 좋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이런 취미가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5. 내 취향대로 살 수 있다.


옷을 사지 않는다. 출근을 할 때도 옷을 많이 산 편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깔끔하게는 꾸미고 다니려 노력했었다. 매일 옷도 다려 입으려고 했고, 아침마다 왁스와 스프레이로 머리도 단장했었고, 화장품도 4가지 이상씩을 발랐었다.


하지만 올여름은 슬리퍼 하나와 티셔츠 3개, 반바지 3개로 보내고 있다. 당연히 누군갈 만나러 가야 되거나 조금은 공적인 자리를 나갈 때는 출근 때와 비슷하게 꾸미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런 만남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편한 옷차림으로 하루를 보내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매일 하던 면도를 3일에 한번 해도, 어제 입은 옷을 오늘 또 입어도, 땀이 나면 바로 샤워할 수 있고, 언제든 눕거나 앉거나 뛰거나 걷거나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하루 종일 타인과 함께 생활을 해야 하는 공간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데로 살지만 그러면서도 남한테 피해를 전혀 주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동안도 시간이 흐르고 날짜가 바뀐다. 그러면 복직해야 하는 날이 하루하루 앞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정말 바로 앞에 복직일이 보이기 전까지는 모든 날씨를 즐기며, 시간의 구애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



- 옆집 아저씨에게 -

꼭 휴직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너무 좋아요. 나쁜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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