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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Sep 05. 2021

이렇게 기분이좋기만 한날도 있네!

행복하기만한 하루도있다.

매일이 같은 기분일 수는 없다.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좋지 않은 날도 있다. 대부분의 날들은 기분 좋음과 좋지 않음이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좋기만 한 하루였다. 


새벽 5시쯤에 일어나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있는데, 7시가 안되어서 가족들이 모두 기상을 했다. 아침에 뭘 먹을까 고민을 하던 중 창밖을 봤더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갑자기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애들아, 밖에 나갈까?"

"지금? 어디로?"

"날씨도 좋은데 마이산 산책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밥도 먹고 올까?"

"응. 그러자"


웬일인지 아이들이 너무 쉽게 내 마음을 받아 주었다. 와이프야 산책을 워낙 좋아하니 당연히 ok.


빠르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차로 30분을 달려 오전 8시쯤 마이산에 도착했다.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하고 걷기 시작했다. 마이산은 탑사까지 올라가는데 오르막길이 없어서 아이들과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종종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올 때마다 좋은 기분을 느끼는 곳이긴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더 좋았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걷기 시작할 때 마이산 입구에 자리 잡은 식당 주인들의 "즐겁게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말이 좋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이 섞인 바람이 좋았다. 바람에 실려오는 산뜻한 풀내음이 좋았다. 저수지에 비친 햇살의 밝음이 좋았다. 햇살 아래 비친 나무들의 푸르름이 좋았다. 그리고 내 양손을 잡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마이산 주차장에서 탑사를 거쳐 그 위에 자리 잡은 은수사라는 절 까지 올라갔다. 한 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시간이 흐르는 지도, 걷는 게 힘들다는 것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한 걸음걸음이었다. 


길가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만 보고도 웃음 짓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며 웃음 짓는 나와 아내.  

내려오는 길에 "즐겁게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해준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었다. 숯불에 구워주는 고기가 맛있는 곳이지만 아침이기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찌개를 한 개씩 시켰다. 모든 찌개를 가족들이 나누어 먹었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아이들까지 한입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밥을 먹었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식당은 깨끗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큰 도움을 받고 좋아하는 분이 운영하는 매장에 들렀다. 거기에서 기분 좋은 말들을 듣고 귀한 액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액자를 오자마자 거실에 걸어 두었다. 그림의 화려함이 자꾸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안 분위기가 바뀌었다.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에서 밝고 화려한 분위기로.


글을 쓰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는 날이었다. 크게 무언갈 준비해서 여행을 가거나 비싼 음식을 먹거나 경험하기 힘든 걸 경험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주 반복되던 언제나 할 수 있는 경험들로만 이루어진 소소한 일상이었다. 그런데도 그 어떤 날보다 좋음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마음이 풍요로웠던 이런 하루가 한 달을 살게 하고 일 년을 버티게 하는 것 같다. 오늘의 이 행복과 기쁨을 나만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싶다.


- 옆집 아저씨에게 -

가족들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가보세요. 어떻게든 나가기만 하면 좋은 일이 하나쯤은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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