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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Sep 15. 2021

집에 화분을들여놓았다.

나는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화분과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야, 주말에 꽃 사러 갈래?"

"진짜? 웬일이래? 꽃을 다 사러 가자고 하고?"

"그러게. 집에 꽃 좀 놔두면 이쁠 것 같네."


꽃 사러 가자는 말을 먼저 꺼낸 사람이 나다.


아내는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한다. 재택근무를 하기에 밖을 나가지 못하는데 집에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힐링을 받는 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어차피 집이 주택이라 우리 집 마당에도 옆집 마당에도 동네 길에도 꽃이나 식물들은 쉽게 볼 수 있으니 큰 의미를 두고 살지 않았다.


하지만 휴직 후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꽃이 이뻐 보이고 꽃이 피지 않는 이파리 식물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마를까 봐서 혹시나 죽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자꾸 피어난다.



 주말 아침 아이들과 함께 근교에 있는 중앙식물원이라는 많은 화분을 취급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정말 많은 종류의 꽃들과 화분들이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눈으로는 꽃들의 화사함과 싱싱함을 코로는 싱그러운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기에서 판매하는 모든 종류의 화분을 하나씩 다 사들이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공간과 비용의 한계로 그러지 못하고 가족들이 서로 맘에 드는 것들 하나씩을 사기로 했다. 내가 고른 건 익소라와 가랑코에라는 꽃 화분이었다. 이름은 처음 들어 보았지만 꽃 색이 너무나 화려하고 이뻐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사온 화분들로 인해 집안의 색이 바뀌었다. 아이들도 본인들이 직접 고를 화분들에 애착이 생겨서 물도 주고 관심도 주고 자꾸 쳐다보며 만지며 애정을 주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거실 테이블은 이번에 새롭게 구입해서 올려진 화분들로 인해 생기가 돌고 있다. 글도 왠지 더 잘 써질 것만 같다.



거실과 연결된 테라스에 있는 티 테이블에는 큰 딸이 고른 화분을 올려놓았다. 이 자리에서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 공간을 좋아했는데 화분이 들어오면서 더 좋아지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꽃을 보고 산을 보고 구름을 보고 일몰을 보고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집안에 식물을 들인다는 건 더 이상 집을 먹고 자는 곳 만이 아닌 그 이상으로 더욱 소중하고도 귀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이고 다짐인 것 같다.


이제 나는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 옆집 아저씨에게 -

남자가 꽃을 좋아하는건 창피한게 아닙니다. 당연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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