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석현 May 08. 2022

부모의 인생을 공부해라.

부모의 삶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부모의 인생을 공부해라.

부모가 살아온 삶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을 것이다.

오십은 오십의 인생을 알고, 육십은 육십의 인생을 알고, 칠십이 되어서야 칠십의 인생을 안다는 말이 있다. 다들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아는 것은 세상의 티끌일 뿐 인생 선배의 경험을 바탕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다. 하물며 그 선배가 나의 부모라면 세상 그 어떤 선배보다도 자세하게 잘 가르쳐줄 것이니 얼마나 가깝고도 훌륭한 삶의 스승이라 할 수 있겠느냐.


물론 부모라고 해서 모두가 성공한 사업가이거나 명성이 자자한 지식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부모가 그럴듯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닐테고 내 부모의 삶이 인생의 길이에 비해 깊이가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깊으면 깊은대로 얕으면 얕은대로 배울만한 것이 있다. 좋은 것은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고, 좋지 않은 것은 그 또한 배워서 그렇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내 삶에 또 다른 배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열매는 새로운 가지에서 열리는 법이다.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일이 만들어지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초에 나무의 뿌리와 기둥이 없었다면 새로운 가지 또한 생겨날리가 만무하다. 부모자식간의 인연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백분의 일만 자식이 부모를 생각해도 부모는 살아가며 섭섭한 일이 없을 것이다.


아비는 사십 중반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 부모님, 그러니까 너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생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요즈음 내 부모님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공부하면서 그동안 책이나 강의를 통해서는 미처 배우지 못했던 삶의 많은 부분을 다시금 깨닫고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상대가 부모님이나 선배나 친구일 수도 있고, 배우자나 자식일 수도 있다. 누가 되었건 상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을 알고 싶고, 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비는 사십 중반이 넘어서야 비로소 내 부모님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빠르다면 빠를 수도 있을 것이나 참으로 늦은 나이에 이제서야 겨우 깨닫고 있다는 생각에 후회가 앞서는구나. 아비의 삶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너희는 부모의 인생을 조금 더 일찍 공부하여 좋은 것은 적용하고 나쁜 것은 버리며 너희 삶의 좋은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어느 날 아비와 어미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때가 비로소 너희가 우리를 이해하는 시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이라는 시 구절을 소개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중략 -



마치 기적과도 같이 너희가 우리에게 온 것을 계기로 나는 지금 삶의 어마어마한 행복과 기쁨을 모두 누리고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원하든 원치 않았든 우리가 너희의 부모로서 너희에게 온 것을 너희 삶의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맺어진 보모자식간의 인연의 끈을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잘 한 번 만들어 나가보기를 바란다. 아울러 너희 인생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아비와 어미의 인생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종종 가질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며 살아나가면 좋겠구나. 너희는 우리의 인생을 우리는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생을 말이다.


자식이 육십이 되어도 팔구십이 된 노부모는 늘 자식의 안위(安危)를 걱정한다. 아비는 너희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평소 두고 쓰시기에 그저 잔소리로만 치부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내 부모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한낱 잔소리가 아니라 그런 말들이 가슴에 와닿기 시작하더라.


부디 아비의 글 너희에게 부담이나 잔소리가 아닌 인생의 교훈으로 삼아 너희가 세상을 살아가며 방향을 잃었을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아.

부모의 인생을 공부해 보아라.

학교나 책에서는 미처 배우지 못했던 부모의 삶 속에서 진정한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너희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2022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이전 09화 한 템포 쉬어가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