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버티지 않아요.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기엔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써 보인다는 말이 유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진심이
그저 그 정도로 밖에 전달되지 않는 거겠죠.
받을 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사실 애쓴 일도 아닙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압축비닐팩에 넣어
애써 눌러 담아 주시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건 제 방식일 뿐입니다.
애쓰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여러모로 파렴치한 일이죠.
분명 저는 넣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요?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그 말대로 하자고요.
넣어둔 건 없습니다.
진공 속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