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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지 않습니다.

진공

by LOT

버티지 않아요.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기엔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써 보인다는 말이 유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진심이

그저 그 정도로 밖에 전달되지 않는 거겠죠.


받을 걸 기대한 것도 아니고,

사실 애쓴 일도 아닙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걸 압축비닐팩에 넣어

애써 눌러 담아 주시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건 제 방식일 뿐입니다.

애쓰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여러모로 파렴치한 일이죠.


분명 저는 넣어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요?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그 말대로 하자고요.

넣어둔 건 없습니다.

진공 속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흐릿한 슬픔의 색16.jpg Vacuum_THE3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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