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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종이를 보고

가늠하는 것

by LOT

눈앞에 있는 존재를 보지도 않고,

종이 위 숫자로

무엇을 본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쓸데없이 숨이

길게 남은 듯하여

그 빨간 리본을 자르겠다 생각했어요.


나오지 않은 결과를 기다리면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랐죠.

그러다가도 뭘 바라는 건지

모호했습니다.


상상 속은 한없이 잔인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

기이하게도 평화로웠습니다.


리본을 잘게 잘게 쪼갰어요.

꼬리가 남지 않는 선은 묶을 수없으니까요.


매듭은 사치더라고요.

붉은 선의 마디마디를

감정 없는 당신의 흰가운에

새기고 싶다 여겼어요.


당신이 들고 올 종이가 뭘까,

뭐든 내걸 가져다

묶어주세요.


마디마디 잘려나가도 상관없어요.

필요한 곳에

예쁘게 매듭지어 주길 바라요.


눈먼 의사야, 피가 많이 날 거야.

울어도

소용없어.


흐릿한 슬픔의 색44.jpg Invisible_THE3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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