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하는 것
눈앞에 있는 존재를 보지도 않고,
종이 위 숫자로
무엇을 본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쓸데없이 숨이
길게 남은 듯하여
그 빨간 리본을 자르겠다 생각했어요.
나오지 않은 결과를 기다리면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랐죠.
그러다가도 뭘 바라는 건지
모호했습니다.
상상 속은 한없이 잔인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
기이하게도 평화로웠습니다.
리본을 잘게 잘게 쪼갰어요.
꼬리가 남지 않는 선은 묶을 수없으니까요.
매듭은 사치더라고요.
붉은 선의 마디마디를
감정 없는 당신의 흰가운에
새기고 싶다 여겼어요.
당신이 들고 올 종이가 뭘까,
뭐든 내걸 가져다
묶어주세요.
마디마디 잘려나가도 상관없어요.
필요한 곳에
예쁘게 매듭지어 주길 바라요.
눈먼 의사야, 피가 많이 날 거야.
울어도
소용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