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매일같이 소비자로서 충실하게 삶을 소비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그 흐름에 벗어나지 못해 환멸을 느끼게 된다.
미처 닿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삶을 놓쳐가는 기분.
초조한 숫자창은 현재보단 과거를 보게 한다.
그 소비된 숫자들로, 어쩌면 놓쳐버린 지난날들을 깨닫고 있다.
충실한 소비신용으로 미래까지 끌어다 썼는데, 왜 이 시간일까?
그렇게 앞당겨 쓴 미래와의 간극은 가끔은 화를 낳고,
쓰러진 별들처럼 허무함을 불러일으킨다.
결국엔 어떤 것도 의미 없다는 함정.
그 어딘가의 시간을 다시 붙잡으려 생산의 시간을 남긴다.
무엇을 만들고, 남길 것인가?
물결이 모래를 적시듯 흔적은 남을 거라 믿으며,
그리고 결국엔 다 사라져 버린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