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덕분에 늘어난 수영실력
"수영복 바꿨네요?"
"네, 추워서요."
수영복을 바꾸니 이제 좀 수영하는 사람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영을 시작 한지 얼마 안 됐을 때, 가지고 있던 수영복을 입고 다녔다. 실내 수영장에서 래쉬가드를 입는 건 나뿐이었다.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입던 거라 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위를 타는 나는 몸을 천으로 많이 덮으면 살이 덜 드러나서 춥지 않을 거라 믿었다.
강사님은 계속 궁금했던지 왜 긴팔 수영복을 입고 오는지 물어봤다. 그때는 겨울이라 물이 차가워 그런다고 대답했더니, 그게 오히려 춥단다. 수업이 끝날 수록 오들오들 떨리는 건 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사실 이 래쉬가드 수영복과는 사연이 깊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고, 단종되기 직전이라 원하는 색을 구하기 어려웠다. 제주도에서 해녀학교를 다니며 물질할 때 입던 아끼는 수영복이었다. 바닷 물결이 새겨져 있다고 믿는 이 수영복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이 수영복 위에 슈트를 한번 더 입기에, 그 단점을 몰랐다. 살갗이 닿는 천 안으로 물이 들어찼다 나가면서 몸의 온도를 떨어트렸다. 젖은 천이 붙어서 체온을 계속 낮추고 있었던 거다.
이걸 알고 난 후로는 이 수영복과 작별했다. 지금은 고이 모셔져 있지만, 언젠가 다시 입을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영복 하나를 바꾸고니, 제대로 수영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몇 개월 간의 물장구치던 노고보다도 훨씬 수월해졌다. 추위 덕분에 수영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