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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숲

by 레드산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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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교는 순천만 갈대숲 탐방로로 들어가는 아치형 다리다. 매콤한 겨울날의 차가움이 주춤한 오후, 두 여자가 무진교를 내려온다. 옷차림이나 생김새로 보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쉴 새 없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로 보아 가까운 친구 사이로 보였다. 


순천만 갈대숲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은 누가 봐도 한껏 들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무진교를 다 내려왔을 때, 한 사람이 참고 있던 탄성을 토해냈다. 

“우와~~ 정말 멋있다!”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 순천만 갈대숲의 경치는 젊은 여자가 내뱉은 그 한마디 탄성에 모든 게 다 표현되어 있다. 이러쿵저러쿵 긴말이 필요 없다. 이런저런 말을 갖다 붙이는 건 본인의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 멋을 부리기 위해서 일뿐이다. 


국내 최대의 갈대 군락지를 가득 메운 갈대숲의 경치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겨울바람에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물결은 이곳의 최고 경치로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함께 보여준다. 옷깃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를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이젠 세월이 흘러 여자의 마음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브런치 글 이미지 1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건 아니건 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춤추는 갈대의 물결을 보면 누구라도 탄성을 터트리게 된다. 순천만 갈대숲을 서너 번 왔지만, 한겨울의 경치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순천만 습지에 웅지를 튼 철새들이 많이 보였고, 철새와 갈대숲이 어우러져 이 겨울만의 경치를 펼쳐주었다. 잠시 머물다 떠날 철새들이 이곳에서 공짜 밥을 먹는 게 미안했던지 밥값이라도 하려는 듯이 하늘에서 시시때때로 군무를 추었다. 


조류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옆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워들어 보니 가창오리 떼라고 한다. 하늘을 날며 자유자재로 춤추는 철새들은 마치 빙판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보였다. 땅에서는 갈대가 춤을 추고, 하늘에서는 철새들이 춤추는 순천만 갈대숲의 장관은 긴말이 필요 없다. 아마 사계절을 통틀어도 지금처럼 멋진 경치가 있을까 싶다.


순천만 갈대숲에 올 때마다 생각나는 궁금한 게 있다. 드넓은 이 갈대숲을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람들이 관리하는 건가? 아니면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걸까? 그때마다 나의 결론은 자연 그대로 놓아둔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드넓은 갈대숲을 어떻게 일일이 사람 손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 궁금증이 이번에 풀렸다. 갈대숲을 걷다가 저 안쪽에서 한창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손에 낫을 들고 갈대를 베고 있었다. ‘뭘 하는 거지?’ 이때만 해도 어디에 갈대를 쓸 일이 있어 그곳에서만 갈대를 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궁금해서 그런데 무슨 작업을 하시는 건가요?”

“내년에도 멋진 갈대숲을 보여주려고 갈대를 베는 겁니다.”

“네??”

“아니? 그럼, 이 넓은 갈대숲의 갈대를 전부 다 베나요?”

“그럼요, 봄이 오기 전까지 구역을 나누어서 차례대로 벱니다.”

“이 많은 갈대를 낫으로요?”

“기계로 하면 좋은데, 여긴 습지라 기계가 들어가지 못해 사람 손으로 해야 합니다.”

“매년 이렇게 작업을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어이쿠~~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수고 많이 하세요!”   

 

 

브런치 글 이미지 3


멋진 순천만 갈대숲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줄 몰랐다. 이런 정성과 노력이 있어 순천만 갈대숲이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꾸준히 받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국에서 순천만 갈대숲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였을까? 오늘따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경치가 한층 더 눈부시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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