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달이의 신체 움직임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주말마다 외출을 시작했다. 1시간 이상 걷는 것을 목표로 산책을 많이 하려 노력했다. 유모차를 더 이상 태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어린 꼬달이는 이런 변화가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목표가 본인의 목표와는 다를 수 있으니까.
우리의 주말 나들이는 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보다 주로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를 자주 다녔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 때문에도 마스크를 안 하려는 아이 때문에도 사람이 많은 곳은 갈 수가 없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또 고민이 되었다.
- 사람이 적은 곳
- 아이의 신체활동에 도움이 되는 곳
- 아이가 정신없이 돌아다녀도 상관없는 곳
- 이것저것 물건을 사달라고 하지 않는 곳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곳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고민 끝에 꼬달이와 등산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새로 이사한 집 근처에 작은 산이었다. 거리도 가까웠고, 그 산 입구에는 숲유치원이 있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최적의 장소임을 확신했다.
우린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아이와 함께 셋이 등산을 한다. 성인이 걸으면 1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꼬달이와 같이 걸으면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요즘은 우리 셋 중에 가장 먼저 정상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 대견하다. 몸도 부쩍 자랐다는 느낌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 따라다녔던 것은 아니다. 10분 가다 주저앉고, 5분 가다 안아달라고 하고, 경사가 나오면 아이의 등을 떠밀고 올라갔다, 가면서 젤리도 주고, 사탕도 주면서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고 해야 했다. 이렇게 달래도 아이가 잘 따로 오지 않는 날은 정말 두 배로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20분 정도 올라가다 쉬다 내려오고, 어느 날은 1시간 정도 올라갔다 내려오고를 반복했다. 요새는 정상을 찍고 2시간을 오르고 내려와도 힘이 남아 있다. 아이들의 무한 체력은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남편과 나만 땀을 뻘뻘 흘리고 지쳐있다. 요즘은 성큼성큼 먼저 올라가 뒤에서 열심히 쫓아가는 엄마를 기다려주기도 한다.
나는 숲길을 좋아한다. 길을 사이에 두고 초록 빛깔 나무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그늘,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이렇게 숲에 와 있으면 계절을 느낀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는 걸, 가을을 맞이하고, 겨울을 기다리며 계절을 즐긴다. 숲이 주는 편안함을 나는 좋아한다. 꼬달이에게도 계절을 이야기해 준다.
“ 꼬달아, 계절이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지금은 가을이야. 나무들이 곧 색깔 옷을 갈아입을 거야. 빨갛게 노랗게. 그리고 나면 겨울이 온단다. 꼬달이는 겨울에 태어났어.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나는 꼬달이를 만나고,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꼬달이가 건강한 다리로 함께 걸을 수 있어 감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꼬달이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꼬달이에게 산이 좋은 걸 이야기해 준다. 꼬달이가 엄마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꼬달아, 알고 있니? 인생이란 이렇게 산길을 올라가는 거와 같아. 이렇게 힘들게 가다 보면 정상에 도착하지. 정상에 가면 멋진 경치를 볼 수 있거든. 그리고 왔던 길을 따라 내려와야 해. 모든 세상 이치가 그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지. 사람들은 높은 곳을 향해 힘들게 정상을 오르지만, 중요한 건 언젠가는 내려와야 된다는 거야.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처럼.”
나보다 앞서 걸어가는 꼬달이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많은 생각이 든다.
꼬달이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까?
파란 하늘 구름 아래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따듯하게 비추는 햇살을.
꼬달이는 나무가 주는 고마움을 알까?
숲에서는 꼬달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도 스티커도 없지만, 마음대로 뛰어도 되는 포근한 흙과 시원한 그늘 아래 바람결을.
꼬달이와 손을 잡고 고요한 숲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엄마가 참 행복하다는 걸 알까?
감각이 예민한 우리 꼬달이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