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이는 바람에 울고 싶어졌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날이었다.
왜? 라고 묻는다면, 글쎄.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우울한 이유를 묻지 말자.
나도 모른다.
나도 알고 싶다. 이유를 알고 해결하고 싶다.
그런데 그냥 지친다. 의욕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침에도 일어나지 않고 잤다. 아이에게 아침을 챙겨준 남편이 엄마가 피곤하니 깨우지 말라고 하고 출근을 했지만, 아이는 가방 끈을 조절해 달라고 나에게 왔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끈을 조절해 주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교회 목장 모임이 있는 날이었는데, 도저히 집을 나갈 수가 없었다. 의욕이 없고 지쳤다.
첫 결석이었다. 아프다고 연락을 하고,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다시 누웠다. 머리도 온몸의 뼈마디도 다 지끈지끈거리는 느낌...
한참이 지났을까. 학원에 있는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 나 집에 가서 똥 누고 농구 갈게. '
화장실을 가리는 아이는 집 밖에서는 큰 일을 잘 보지 못한다.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눈을 감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거실에 나가보니 엉망인 집안과 식탁, 싱크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곧 집에 올 것이고, 집은 개판이었다.
이런 집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이 뭔지... 라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되는 요즈음..
나는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설거지를 하고,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리고 곧 집에 온 아이를 맞이하고, 농구 수업에 가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 엄마도 운동 가?'
해맑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늦었다고 자전거를 타고 슝 사라져 버린 아이의 뒤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아이가 가버렸으니 그냥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이왕 나온 거 운동하자 하며 커브스에 갔고, 끝나고 나와서 달렸다.
나는 어느덧 30분 달리기 훈련 코스를 마쳤고,
현재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 코스를 하고 있다.
30분을 달리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50분으로는 넘어갈 능력이 되지 않음을 스스로 알기에 능력 향상 코스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늘 인근의 공원을 달렸는데 어제는 한강변으로 나갔다. 육교를 달려서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버거웠지만, 헉헉대면서 내려간 강변은 너무나 좋았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았다.
어둑한 길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들
그리고 그 사이를 느리지만 꾸준히 달리는 나.
하루 종일 이유도 찾지 못하고 우울하고 지쳤고, 의욕이 없었지만,
그래서 달리는 이유도 딱히 생각해 낼 수 없었지만,
나는 그냥 그 길을 달렸다.
눈에 자꾸 들어오는 날벌레 때문인지 눈물이 났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달리는 아줌마에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편하게 울었고, 편하게 달렸다.
달리기는 나와의 싸움이라고,
오늘이 달릴 수 있는 가장 젊은 날이라고,
런데이 앱 속의 트레이너님은 늘 나에게 응원을 해주신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걸까, 아닌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집에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것보다는 한강변을 달리는 내 모습이 조금은 덜 슬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아이가 한강으로 라이딩을 하고 싶어 했는지, 초보 러너인 나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