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믿음이 자란다
니프티 결과를 받고 한참 안도했던 그때가
이제는 조금씩 먼 기억이 되어간다.
살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오르고
배는 둥글게 모양을 잡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면,
낯설지만 분명히 ‘엄마의 몸’을 닮아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티가 나네요.”
주변 지인들이 웃으며 말했다.
그 한마디에 괜히 어깨가 펴지고,
손이 자연스럽게 배로 향했다.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묻는다.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그 첫 움직임을.”
책에서는 태동이 빠른 사람은 18주,
늦으면 22주쯤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그 ‘미세한 두근거림’을 상상한다.
혹시 방금 그게…? 싶다가도,
배가 고픈 건가 싶어 웃음이 난다.
보이지 않아도,
아이는 분명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겠지.
나는 그저 매일 조금 더 믿음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16주가 되자, 선생님의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제 네일아트도 괜찮아요.”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예약을 하고, 오랜만에 받은 네일 케어.
손끝을 바라보며
아주 오랜만에 ‘나’를 다시 만났다.
“아, 이게 얼마 만이지?”
본래의 나는 그대로인데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찾은 기분이었다.
며칠 전엔 목욕탕에도 갔다.
탕에는 들어가지 않고,
발목까지만 살짝 물에 담갔다.
그 짧은 온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수증기 속에서
긴장과 두려움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이제 슬슬 아기용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사는 집 근처가 신도시라 그런지
아이들이 많다.
다행히 당근마켓에도
무료로 나눔 하는 물건들이 꽤 있다.
약속날짜를 잡고
조금씩 픽업해 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런 걸 왜 받아?” 하며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을 짓지만,
내가 보기엔
아기용품은 많아도 부족한 법이다.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속으로 피식 웃는다.
새 생명이 자라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일이라는 걸
요즘 들어 실감한다.
체중은 조금씩 늘고,
몸은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오늘도 배를 쓰다듬는다.
“괜찮지? 잘 지내고 있지?”
그 대답이 들리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기다림 속에서도
조금씩 믿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이 믿음이 ‘첫 움직임’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