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온해야 할 때, 가장 큰 불안이 찾아왔다.
이제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자리를 잡고,
하루하루 오복이의 존재가 선명해지던 그 시기였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늘 하던 주간회의 자리에서 대표의 말이 떨어졌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모든 직원을 정리하려 합니다.”
순간, 숨이 막혔다.
그날 이후 내 세계는 조용히 무너졌다.
워낙 작은 회사였기에
직원이라고 해봐야 손에 꼽았다.
하지만 ‘모든 직원 정리’라는 말은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그저, 내 안의 아이를 떠올렸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당황과 불안이 뒤섞였다.
마음 한편에서는 ‘이건 아닐 텐데’ 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날 이후, 한 달간의 인수인계와 정리 기간이 주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억울함이 밀려왔다.
임산부를 해고하다니.
당연히 보장받을 줄 알았던 출산휴가 대신
실업급여 이야기를 꺼내는 대표의 말에 기가 막혔다.
“지금은 실업급여받는 게 낫지 않아요?”
그 말이 그렇게 잔인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며칠 뒤, 대표가 나를 따로 불렀다.
“출산 전까지 잠깐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보수는 현금으로 주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신고를 피하자는 말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했다.
불법이었고, 무엇보다
‘이 사람이 책임을 질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직원을 정리한다’ 던 말은 거짓이었다.
필요한 직원은 남겨두고,
나 같은 사람만 내보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억울함보다 허탈함이 더 컸다.
“역시 사람은 믿는 게 아니었어.”
그 말이 입안에서 쓴맛처럼 맴돌았다.
그렇게 나는,
안정기라 불리던 시기에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었다.
몸은 안정기에 들어섰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요동쳤다.
그래도 매일 배를 쓸어내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오복아.
이 세상은 조금 거칠지만,
엄마가 끝까지 너를 지킬게.”
평생 일을 하던 내가
이제는 멈춰 서야 하는 시간 앞에 섰다.
불안했지만,
이 시간이 언젠가
‘우리 둘만의 시작’이 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