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호주의 벚꽃, 자카란다

by YJ Anne

10월이 끝나가고 11월이 다가오는 봄이면 호주는 보라보라로 물들어 간다.


'자카란다'라고 하는 보라색 꽃이 나무 한가득 만개하는 시기.


허접한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도 사진작가가 찍은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쨍하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기.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색을 나에게 꼽으라고 하면 나는 단연 보라색이다. 어두운 톤도, 밝은 톤도 내 눈에는 모두 매력적이다.


내가 시드니 공항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2012년 11월, 보랏빛 아름다운 나무를 처음 보았다. 매년 자카란다가 피는 시기가 되면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생각날 정도로 나에게는 의미 있는 꽃이다.

자카란다의 또 다른 매력은 나무 아래로 늘어진 보라색 꽃그늘이다. 풍성하던 꽃잎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무게를 못 이기고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진 꽃들은 나무의 동그란 모양대로 보랏빛 꽃그늘을 만든다. 꽃그늘이 얼마나 예쁜지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피사체를 마치 천국에서 마주한 천사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떨어진 꽃은 화사함이 곧 사라진다. 또한 사람들의 발길에 즈려 밟히고 나면 예쁘던 보랏빛은 사라지고 흙과 친구가 되고 싶은지 황톳빛으로 바뀌고 만다.

멀리서 보면 한없이 화사하고 예뻤던 꽃은, 떨어져 밟힌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말면 마음이 쫌 슬퍼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 예쁘다고.


가까이에서 세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나를 발가벗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내 삶에서도 때로 너무 가까이에서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지 말고 멀리서 보고 사랑스러워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고.


흐린 눈을 하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 때도 내게는 있다고 애달프게 떨어진 보랏빛 꽃잎을 보며 생각한다.

04.11.2025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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