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피로가 눌어붙은 엉클어진 밤이었다.
잠은 이따금씩 두어 번 깨는 일이니 눌어붙은 피로가 금수처럼 따라붙어도
놀라지 않고 눈을 붙이는 일상처럼 그렇게.
어스름한 새벽이 먼저 눈에 들고 아직 덜 깬 의식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의식의 무게가 있다면 그 무게를 재어 딱 그만큼의 무게만큼, 머리는 한없이 아래로 향했다.
바닥을 뒹구는 머리는 몇 번이나 더 튕겨져 내리고는 비웃음 속에 보란 듯이 고꾸라진다.
아래로 아래로 더 깊은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다 가는 눈 겨우 뜨면,
시야로 펼쳐지는 짐승의 통곡에는 사람이 없다.
눈을 피하고 때를 가르는 선량한 분개는 뒷모습이 더 포악하다.
힘이 빠질 때까지 치대니, 텅 빈 껍데기 옳다구나! 부숴질 때까지 넘기지 못할 벽을 때려라.
잠과 뒤엉킨 의식의 투쟁이 깊은 수렁을 헤어나올즈음
밤은 한 번도 훼손된 적 없다는 듯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짙고 푸르다.
낯선 적막을 훑으며 얼얼한 손을 매만지고는 휴대폰을 켠다.
10월 29일 오전 2시 32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