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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감정분실 05화

러브 레타와 B

by Letter B








그녀는 변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의 주변은 어쩐지 그녀의 이야기로 분주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를 둘러싼 수식어구에 대해 그닥 신경쓰지 않는다.


인생을 소비하는 내내 단 한 번도 '그럴듯한'이라는 어휘에 휘둘려 본 적이 없는 그녀는, 정작 본인에겐 그럴듯한 대접하는 것을 즐긴다. 타인의 삶에 크게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람들을 마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어휘는 '착하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하시네요'보다 '착하다'인 것이다.


세상은 그녀의 나이를 아직 그리 높게 쳐주지 않는다.

이러한 굴레에 대해서 그녀는 이제 불만을 갖지 않는다.

기대한다는 건 곧 실망을 동반하기에 기대가 없는 관계가 깔끔하다고 여길 뿐이다.

사람들에겐 각자 저마다의 시선이 너무 많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그녀의 삶이다.

그런 그녀에게 최근들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패션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취향이 꽤 까다로운 편이다.

그녀가 옷을 고를 때 두 가지 신경쓰는 것이 있는데, 컨디션과 체형이다.

애초에 균형이 잡힌 마른 체형으로 살이 잘 불지 않는 덕에 특별한 식단 관리가 필요 없는 그녀는 매일 긴 코스를 걷는 것으로 체형을 유지한다. 특별히 관리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면 체형을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트레이닝을 번복함으로서, 옷을 입을 때 옷에 맞게끔 몸의 최적의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그녀에겐 최근 유행하는 패션이 생겼는데, 그것은 급작스럽게 보내어진 편지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코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편지는 간단했다.

그녀는 편지의 첫 머리를 훑고는 답장을 써내려간다.

답장은 대게 '산책은 편안한 반바지에 사이즈가 조금 큰 티셔츠'라는 정도와 '그 외엔 깔끔한 청바지에 어깨 라인을 살리는 셔츠를 매치할 것' 정도로 마무리 된다. 이런 경우 대게 '패션 코드는 컨디션 - '이라고 의사를 간략히 요약한다.


'그녀는 젊은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답변은 일관적이었다.

젊은 코드란 대체로 들쭉날쭉한 것들로 그것이 도무지 체형이나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기에, 그녀는 제 때에 맞는 답장을 보내지 않도록 한다.


'낡은 재활용 샵에서 구매한 밑이 짧은 세련된 구형의 자켓이면 꽤 쓸만하지 않습니까?'

'지난 패션’


너무 짧은 답변이었다.

그들이 제안하는 이야기는 일정한 규칙성을 띄었는데, 그 규칙성에는 어쩐지 뻔한 속내가 드러나는 철지난 것들 뿐이었다. 편지는 끊이질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이야기는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언어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코드 2x'

와 같이 그럴듯한 단어가 포함될 때면, 그녀는 모든 철학을 무너뜨리고는 영락없이 함정에 빠져 그들의 유희거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느 순간 그녀는 편지를 펼치지 않는다.


'패션 코드는 2X’

그럼에도 그녀에겐 몇 번에 걸쳐 같은 편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이제와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기어코 편지를 꺼내어 들어본다.


'내가 편지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던가?‘

처음으로 컨디션과 체형을 무시하고 그들의 언어를 따라 의상을 걸쳐 본다. 나이에 맞지 않는 분장과 기분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표정,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장신구를 이리저리 걸쳐 본다. 그들은 코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 정도면 2X’

여기에 해석본을 더해본다.


'코드 0.5X' 실시

'코드 7' 파쇄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늘 가꾸어오던 체형이 평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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