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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감정분실 06화

커튼 – 콜

by Letter B




저기 그녀가 온다.

노말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하이 패션의 그녀.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그녀를 보고 일류라고 말한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누구도 그 뒤를 쉬이 밟지 않는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고객의 니-즈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의상은 준비되었나요? 이번 만큼은 실수가 없어야 해요.


거칠어진 피부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이라이트는 태도 -


근간을 알 수 없는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가 포인트였다.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드레스 따위는 자신의 품격을 거추장스럽게 가릴 뿐이다. 짐작만큼 그녀는 의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로지 하이- 패션을 추구할 뿐이다. 거리는 온통 그녀로 술렁인다.


그녀가 하이라이트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옷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뿐이다.


서비스는 이 정도면 되는 거요?


서 -비스.

버무려진 이야기는 꽤 구미를 당기는 게다.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쏟아지는 질문들은 응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에게 있어 이미 수차례 번복한 뻔한 오마주가 아닌가.

그럼에도 오늘 착용한 드레스는 꽤나 마음에 들어 몇 번이나 자락을 치켜 올린다. 무대는 이렇다할 장치 없이 천천히 색을 바라는 중이다.


길고 무거웠던 날들에 준비했던 피날레를 선보이는 것은 생각보다 아무일 없이 그녀의 취향에 따라 노- 멀하게 진행된다. 쇼가 막을 내리는 순간에도 그녀는 그녀를 위한 클라이막스가 존재했으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녀가 늘 포인트로 짚어내는 하이 - 라이트, 태도인 것이다.


이제 막 막이 내리려고 한다.

관중들은 말이 없다.

뜨거운 박수만이 공간을 가득 메워 니즈가 충족되고 있음을 알린다.


모를겁니다, 변화에 대해서.


특유의 제스쳐로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가 이야기한다.

쇼는 끝났다. 우리는 그녀가 남긴 목소리의 칼 - 라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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