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느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고된 바 없는 우아한 혁명.
나는 일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이 사라져 버렸다.
흡사 작은 먼지처럼.
[알람]
책을 한 권 손에 들고는 늘 보통의 아침처럼 빵을 한 조각 베어문다.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내용들을 매일 20페이지 분량을 억지로 눈에 넣는다.
일을 하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라도 머리에 집어넣는 편이 속 편해진 지 오래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딱딱한 용어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책장을 덮는다. 건너편에 놓인 휴대폰 너머로 최신 뉴스를 훑고는 SNS 속 인물들을 탐구하며 겨우 챙겨 넣은 몇 자를 다시금 뒤로 미룬다. 인터넷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흥미롭다.
간단한 인터넷 서핑이 끝난 뒤에는 오랜 기간 미뤄왔던 잡다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는 산뜻해진 기분을 따라 장바구니를 들고 걸음을 옮긴다. 백수 생활로 얹혀사는 주제에 돈을 소비한다는 것은 또다시 자신을 짐덩이 취급하듯 자괴감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이라 웬만해선 산뜻한 마음으로 소비가 이어지는 일이 없지만, 작은 죄의식조차 들지 않도록 물건을 담는 손길을 가볍게 유지한다. 온기로 가득 찬 거리를 활보하며 살아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오랜만이다.
[살아있다.]
처음이다.
처음으로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른 물건을 손에 들고는 소중한 듯 품에 안는다. 장바구니로 물건이 담긴다.
어깨 위로 가방 끈을 슬며시 잡아당긴다. 모두가 제자리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생기기 마련이다.
발걸음을 옮긴다. 걸음마다 지워진 짐이라도 덜궈내듯 몸이 가벼워진다.
무엇하나 매끄럽지 않은 것이 없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선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다 이내 울컥하는 마음에 사로 잡힌다.
[내가 왜 죽어야 하지.]
온몸의 감각이 무뎌지고 머리는 딱딱하게 굳어갔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고만큼 정신이 아득해졌다. 계획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날은 무뎠지만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을줄 아는 훈련공의 솜씨였다.
여름이었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 너머의 세상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기분 좋은 농만이 뇌리를 스친다.
가을의 초입, 희멀건 달빛이 창가를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