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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감정분실 11화

붉은 방

by Letter B





바람도 없다.

욕구도 없다.

허공으로 떠도는 외마디 비명엔 주인이 없다.


조명이 끌리지 않게 바짝 메어 두었다.

빛은 나를 향하지 않는다. 의무적으로 똑딱이는 스위치는 착한 마음이다. 위안이다. 벌이다.

평을 모아 주를 그린다. 주를 모아 달을 그린다.

달을 모아 추억을 벗는다.


식탁 위로 벌건 토마토를 올려놓고는 접시 위로 말간 허물을 벗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너를 위한 사진을 찍는다.

먼지가 내려앉은 문틈으로 세어나오는 소리가 거북해

헌옷을 꺼내 입는다. 자장가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추억을 모아 새 옷을 입는다.


닳지 않은 것으로 고르고 골라 연필로 묽게 누르곤, 화병을 산다.

몰래 뒷걸음질 치고는 새벽이 저물도록 조명 빛을 밝힌다.

허리를 숙여 한 발을 앞세우면 면면으로 미소가 번진다.

몰아세운다.


흑연이 번져 희미해질 때까지 하얗게 타는 줄도 모르게 중심이 없다.

사실도 없다.

같은 구간을 빙 돌아도 나열된 이야기에는 네가 없다.

너만 있다.


나의 언어로 너를 불러본다.




'봄날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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