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주 평범하게 인사를 건넸다.
가장 형편 없는 모습으로 가장 흥미로운 초대장을 들고.
본 적 없는 얼굴로 건네는 시작은 가벼운 인사였다.
사진 한 장으로 시선을 끄는 뻔한 공식은 호기좋게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녀가 그랬다.
특별한 기술 없이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그렇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말했다.
누군가는 아주 편한 친구를 이야기 했다. 누군가는 동네에서 흔히보지 못하는 사냥개를 일컫었다.
누군가는 고마운 은인을 떠올렸다. 나는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무수하게 떠도는 연산 기호처럼
그렇게 그녀를 떠올리곤 했다.
그녀는 내가 아는 중 가장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였는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에게 너무 기괴하고 유치해서 대체로 그녀의 인사에 가벼운 인사치레를 건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내 포기할라치면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몇 번이고 말을 건넸다.
초대에는 특별한 요구라는 사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녀의 배려가 그랬다. 그녀의 속도가 그러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건네는 언어에는 반드시 내가 포함되어 있다고 여겨지게끔 마음을 끌었다. 나는 으례 그렇듯 그녀의 시선을 즐기며 여유있게 그녀를 관찰했다. 대다수의 관찰은 오답으로 빈번히 드러났지만, 그녀는 타인의 시선이라곤 아랑곳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인을 보내왔다.
그녀와 나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유일한 교신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나는 그녀가 속한 세계 속으로 천천히 잠식되어 갔다. 그녀가 남겨둔 표식은 이랬다. 대상도 위치도 불규칙한 미언의 패턴. 그녀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을 무렵, 나의 주변은 그녀의 언어로 도배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러한 것들에 능숙했다.
나는 서운하면서도 그녀가 남겨둔 이야기들을 따라 분주하게 이동했다. 그것은 대체로 우스꽝스러워 웃음을 자아냈지만, 꽤 날카로운 선을 띄고 있었다.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고, 그녀의 친구들은 몇 발자욱이나 앞서 있었다. 그녀의 채취가 스며들즈음 -실제로 나는 그녀의 채취를 언어로만 배웠다- 그녀의 친구들은 몇 번이고 나를 추적했다.
추적은 꽤 신사다웠고 나는 흡사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처럼 여겨졌지만 어렴풋이나마 그녀의 세계를 가늠할 정도는 갖추게 되었다. 그즈음이었을 거다. 그녀의 친구들 중 일부를 브라운관 너머의 저택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그들은 하나같이 텅 빈 몸을 이고는 고집스럽고 비스듬한 태도로,
그녀가 지목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the patterns"
그들은 초대되지 않은 손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