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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감정분실 14화

밤의 이야기

by Letter B





어둠이 내려 앉으면 시작되는 밤의 이야기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녀를 직접 만나 본 적은 없다. 소문처럼 이야기가 퍼질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닌게지. 그럼에도 알음알음 이야기가 세어나올 때면, 이것은 그녀의 이야기다! 라고 모두가 짐작하고 마는 것이 그녀의 위치.

그녀와 만난 것은 그리 여러 번 되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몇 번이나 찾아가지만 횟수를 세어야 할 정도의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소문으로 남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녀와의 시간은 대다수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로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들을 전했는데, 이야기에는 그녀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밤이면 찾아가 몇 번이고 이야기를 전했다. 꼭 그녀만이 해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전한 이야기에 대해 그렇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그녀는 수줍음이 많은 게다. 비밀도 많은 게지. 어차피 금방 들통날 비밀인데도, 그녀는 몇 번이고 어색한 연기를 이어나간다. 나는 구태여 지적하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세간에 무성하게 떠도는 그녀의 소문은 대게 사실과 달랐는데, 오로지 나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것은 나에게 영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그다지 어른스러운 태도가 아니었음에도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녀를 볼 때면 꼭 한 번 비틀어보고 싶다는 상념에 젖어 들곤 했다. 사람을 집요하게 만드는 것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뒤따르는 법이니까.


혹 자는 이런 걸 두고 질투라고 부르곤 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잠에 빠져 들곤했는데, 나는 그녀가 그러한 것들을 좋아했는지 알 길이 없다. 한 번도 그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한 적이 없는 것이 그 사유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가 가진 감정에 대해 공유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두고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관계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영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이야기 속으로 나 또한 그녀처럼 소문만 무성하게 살아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전하듯 세간에 몇 가지 이야기를 보태어 보았다.


언젠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거,

정말 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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