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oodie 10화

치즈 인 더 트랩

by Letter B







거리에는 온통 그날의 기억뿐이었다.

차라리 좋았다.

변색되지 않은 것이라곤 그녀뿐이었다.

나는 걸음을 앞질러 제일 앞자리에 선다.

시선을 어지럽히는 단서들만이 이정표마냥 도로 곳곳으로 배회한다.

이정표의 목적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샅샅이 핥아낼 뿐이다.

구닥다리 낡은 옷으로 무장한 채 말갛기만 한 미소를 얼굴에 만연하고는 말이다.

차라리 좋았다.

변색되지 않은 것이라곤 그녀뿐이었다.

사방이 기억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뿐이다.

아니, 기억을 조작하는 이들뿐이다.


걸어 다니는 단서들은 말을 걸지 않는다.


- 길 좀 물읍시다.

- 저 역시 초행입니다.

- 거 참 야박하기는.


길을 잃은 사람들은 서두른다.

서둘러 자리에 착석한다. 이정표에는 주인이 없다.

목적지만 있을 뿐이다.

진실은 침묵하지 않는다.

얄궂은 타박만이 누빈다.

누구의 기억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차라리 좋았다.

변색되지 않은 것이라곤 그녀뿐이었다.


흩어진 기억은 버려진 누더기처럼 거리에서 수거된다.

수거된 기억은 폐기 처리되거나 재활용 센터에서 재생된다.

배송물이 가득 담긴 차량들이 쾅쾅 차 문을 내려 닫고는 거리를 누빈다.

새 옷을 걸쳐 입은 이들은 한 아름을 손에 안고도 분주하다.

무더운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비어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 잘못된 것은 정말 없는 걸까요?

- 제재가 없는걸요.

- 민주 공화국이군요. 마땅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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