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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Oct 17. 2022

사람 그리고 사람

시골의 인연




‘와... 여기 살면 너무 좋겠다.’     



매일같이 시골학교를 검색해보던 어느 날, 한 블로그가 눈에 들어왔다. 용인의 작은 시골학교에 보내고 싶어 그곳의 학교들을 탐방했던 이야기, 그곳에 정착하여 너무나 만족스럽게 아이를 키우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블로그였다. 신기하게도 그 블로그는 나와 이미 이웃인 상태로 서로 몇 번 댓글도 주고받던 사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댓글을 남겼더니 흔쾌히 연락처까지 알려주었다. 언제든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 달라고... 


    

시골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아이를 키우며 더 강해졌다. 이전엔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의 여유를 느끼며 살고 싶단 막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도시에서의 생활이 더욱 피곤하게 느껴졌다. 학교가 끝나면 자연스레 학원 뺑뺑이를 도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도 그런 생활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답게 흠뻑 뛰어놀면서 자라게 해주고 싶었다.    


 

나의 블로그 이웃처럼 나 역시 용인 작은 시골 학교들을 탐방했다. 학교의 분위기는 어떤지, 학교 주변에 살만한 곳이 있는지 등을 살폈다. 학교도 근처 분위기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곳에 진짜 살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게 은근한 힘이 되었다. 블로그 이웃의 연락처로 연락을 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나의 이웃은 사소한 질문에도 친절히 답을 해주었다. 심지어 근처 매물나온 게 있는지 내 일처럼 알아봐 주기도 했다.      



좋은 이웃이 있어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그녀(블로그 이웃)는 최근 북카페를 오픈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로망을 이곳에서 실현한 것이다. 두 아이 육아와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자주 들르진 못하지만 갈 때마다 넉넉한 환대를 받는다. 언제든 들러 마음을 나눌 곳이 있어 참 행복하다.      



동네 마당발인 그녀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인연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내게 이런 부탁을 했다.

“새라 씨네 마을 바로 뒤쪽에 살고 있는 엄마가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한 대요. 그런데 7살짜리 딸이 5시 반에 집에 온다네요. 이 엄마는 6시에 퇴근인데. 아무리 빨리와도 40분은 걸린대요.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아이를 잠깐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혹시 아이를 좀 봐줄 수 있을까요?”



훅 들어온 부탁에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생각을 좀 해보고 답을 주겠다고 했다. 매일 하원 후 혼자 노는 딸이 안쓰러웠는데 또래가 매일 온다면 덜 심심하겠구나 싶었다. 또 출근은 해야 하는데 아이 때문에 동동거릴 그 엄마의 마음에 신경이 쓰였다. 나도 아이를 키우며 일해본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바로  연락했다.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제가 그분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 고마워요. 지금 우리 카페에 와있어요. 바로 오세요”



그렇게 난 한달음에 카페로 달려갔고 덕분에 새로운 인연을 얻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시골에 와서 베이비시터(?) 노릇까지 하게 된 것이 한편으론 신기하고 재밌다. 매일 5시 반이면 아이는 우리 집에 오고, 나의 딸은 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쫑알쫑알 귀찮게 쫓아다닌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세상인데 이곳에 오니 별별 인연이 다 생긴다. 참 재밌는 시골살이다.     








정말 신기한 인연도 있다. 올해부터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모임이 있다. 매일 내가 쓴 글을 단톡방에 공유하는 모임인데, 한 블로그가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그분이 썼던 글과 올린 사진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닌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아빠였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라는 드넓은 공간에서 모인 사람들 중에 바로 옆집 아빠가 있을 줄이야. 그 사실을 알고 바로 아는 척을 하진 못했다. 행여나 나의 아는 척이 그분의 글쓰기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난 사실 알고 있었다 고백했고, 옆집 아빠 역시 눈치를 챘다고 했다.    


  

나의 글을 읽으며 옆집 아빠는 내가 복직 때문에 고민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골로 이사 오는 바람에 직장이 멀어졌고 복직은 해야 하는데 출퇴근이 막막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옆집 아빠는 어느 날 취직 제안을 했다.



“제가 하는 일 때문에 중소기업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여기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회사가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이 필요하대요. 얘기를 들어보니 서하 어머님이 가서 일하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한번 가보시겠어요?”



며칠 후 옆집 아빠는 그 회사 대표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통화를 해보라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를 하고 미팅 날짜를 잡았다. 여자 대표님은 누구보다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 아직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자신도 겪어봐서 안다고.



“출퇴근 시간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여의치 않으면 재택근무해도 괜찮아요. 서로 조율해가면서 일하면 되니까. 내가 정말 딱 필요했던 사람인데 차장님한테 진짜 감사하네요.”     



대표님은 딱 필요한 사람을 찾았고 나는 딱 원하는 조건의 직장을 얻었다. 시골살이를 결정했을 때 사실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골에 가도 어딘가엔 내가 일할 자리가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그만두려니 아깝기도 했고 내가 찾는 그런 일자리도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복직을 해야겠다 결심을 해놓고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 모든 것들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내가 블로그를 안 했다면, 글쓰기 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옆집 아빠가 그 모임에 없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시골에 살면서 참 다양한 인연을 얻는다. 이 글에 다 적지 못한 소소한 인연도 많다. 이런 인연이 이곳 생활에 활기를 더해준다. 앞으로 또 어떤 사람과 연결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사람 그리고 사람으로 연결된 시골살이에 마음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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