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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Sep 08. 2021

망각이라는 선물

그립거나

밉거나

슬프거나

했던


이름 붙이기 쉬웠던 감정들이


점점 경계를 잃고

모호해진다


지금은 어떤 마음인지 읽어내기 어려운

이고 헝클어진 무엇인가가

자리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밀어낸 그날 이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관성에 따라 나는

아주 느리게

너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


이대로 날 가만히 두기만 하면

언젠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노랫말 없는 음악만 듣는다면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는다면




가볍고 가엾다

우리라는 존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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