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진

2025년 09월 11일 목요일 [습관]

by 그래

겨울 방학이 되고, 만수는 혼자 도원 집 앞을 서성거렸다. 혹시 검은 차가 나올까 싶어 하교한 이후 검은 대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만수니? 만수 네가 여긴 웬일이야?”


마침 도원의 정원을 관리하는 오 씨 아저씨가 만수를 보았다. 일주일에 2번씩 들러 넓은 집 곳곳에 있는 나무와 꽃, 잔디를 관리해 주기로 했다고 할머니에게 들었다. 오 씨 아저씨는 딱 어릴 때 정원사라는 직업 카드에 그려진 그림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밑집 모자를 쓰고, 청 멜빵바지, 주렁주렁 매달린 많은 주머니 한쪽엔 장갑, 한쪽에는 나무를 자르는 작은 가위, 목에는 분홍색 수건이 걸쳐져 있었다.


“그냥, 혹시 도원이 왔나 해서요.”

“도원이야 서울에 있지. 온다는 말 없던데.”

“알아요. 아는데, 이날이면 맨날 와서 그런가 집에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와 봤어요. 갈게요. 아저씨.”

“싱거운 놈. 들 가자. 오늘은 금방 끝나.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여기서 집까지 꽤 되잖아.”

“정말요?”

“야가 속고만 살았나. 진짜 데려다줄게.”

“감사합니다. 아저씨.”

“됐다.”


만수는 오 씨 아저씨 뒤에 바싹 붙어 따라 들어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들이 분주하게 저택을 오가며 정소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오늘 저택을 방문한 이유가 있었다.


“요 녀석이 점점 더 심각해지네. 어쩐다.”


아저씨는 한 달 전에 어르신이 직접 골라 온 나무라며 나무가 마치 사람처럼 말했다.


“요놈아, 이 집이 마음에 안 드나? 와, 적응을 몬하고 계속 아프나? 어르신이 매일 걱정하는 거 안 비나?”


만수는 아저씨가 왜 저러는지 유심히 보다 혼잣말을 너무 크게 말했다.


“그리 물으면 나무가 답이라도 주나?”


아저씨는 만수가 하는 말에 활짝 웃었다. 마치 언제 물어보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술술 답했다.


“내가 매일 하는 게 일이면 그냥 나무지. 나는 나무가 자식 같고 친구 같고 그래. 정직하잖아. 이제는 이렇게 물어보는 게 당연해졌어. 그게 관심이고, 사랑인가 물으면 답해주는 친구도 더러 있어.”


나무를 이리저리 살피던 아저씨가 갑자기 어린 나무 가까이 가서 앉았다.


“어쩐지, 이 때문이네. 내 이상하다 했다. 옆에 있는 넘에게 옮아 왔나 보네. 그라도 다행이다. 요건 고칠 수 있지. 혹시나 해서 챙겨 왔는데, 잘됐다. 요거만 달아주고 가자. 만수야.”

“네. 아저씨.”


여전히 어린 나무와 대화하는 아저씨를 보다 당연하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 도원의 집에서 논다. 처음에는 특별한 일과였던 것이 어느 순간 당연한 일과가 되었던 것이다. 오늘 도원이를 찾아온 이유는 당연한 거다. 오히려 도원이 집에 없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야, 이도원. 오늘 수요일이야. 너 이딨냐?’

11화 당연해진.jpg 어쩌다 숨은 그림찾기
오늘의 시제는 [습관]입니다.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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