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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n 28. 2024

02화 혹시 댁이 어디세요?

“저기….”

“참, 불편하시겠네요. 그럼, 여기 있을게요.”


그는 내 쪽으로 손을 최대한 뻗어서 내가 글을 읽기 편하게 해 주었다. 그 덕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 여기 목도리. 저도 이제 집으로 가야겠어요.”


그에게 목도리를 돌려주려 푸는 순간 찬 바람이 목을 휘감았고,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는 얼른 다가와 다시 목도리를 해주며 말했다.


“공원을 나갈 때까지만이라도 하세요. 저도 집에 가야 하니까. 같이 가요.”

“감사합니다.”


서로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정적이 싫었는지 그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조용하죠?”

“네? 그러네요.”

“그래서 여기가 좋아요. 주말이면 항상 여기 와서 음악도 듣고, 이렇게 책을 보기도 해요. 오늘처럼 새로운 사람 만날 때도 있고요. 집 앞에 이런 공원이 있어서 좋기만 해요.”

“저는…, 그러니까 저는 모르겠네요.”


할 말이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걸어온 내가 이곳이 좋다 나쁘다 말할 꺼리는 없었으니까. 미적지근한 반응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걷는 동안 곁눈질로 잘 오나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공원 입구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넓은 주차장에 오늘 할 일을 마친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이 시간이면 불량 학생들이 저쯤에 더러 있어요. 혹시 댁이 어디세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려 했지만, 힘없이 내려오고 말았다.


“왜 그래요?”

“사실,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저기 표지판에 적혀 있는 대로 은하수 공원이에요. 여름마다 불빛 축제를 하는데, 그때마다…. 아, 그건 상관없고, 그럼, 어떻게 오신 거예요?”

“걸어서요.”

“얼마나?”

“모르겠어요. 그냥 집에서 나와 무작정 걸었어요. 정신 차려보니 거기였어요.”

“설마….”

“걱정하지 말아요. 집 주소는 아니까.”


화가 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의 말끝에서 하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상하기는 했다.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죠?”

“조금요.”

“아파트나 빌라 이름이 어떻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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