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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터러시 멘토 Aug 16. 2022

말한다는 것

우리 모두 수다쟁이

아이들은 좋아하는 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수다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3학년 말부터 친구들과 독서수업을 하게 된 딸은 학교에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 친한 친구들과 놀면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 엄마와는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할 수 있는 소그룹 독서토론 글쓰기 수업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엄마가 선생님인 점만 빼면 만점짜리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을 핑계로 친구 집에 초청되어 함께 간식 먹고, 쉬는 시간에는 즐겁게 뛰어노는 것도 좋았지만, 똑같은 책을 읽고 온 친구들과 정답 없는 수다를 떠는 것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저는 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그렇게 수다쟁이인 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점잖아 보이는 남학생도, 새침데기 여학생도, 장난꾸러기, 말괄량이 모두 모두 뛰어노는 것만큼이나 수다를 많이 좋아합니다. 물론 어릴수록 책 수다는 길지 않고, 학교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지만요.


“얘들아~ 오늘 우리 선생님 좀 이상하지 않았냐?”

 

“맞아. 완전. 이상했어.”

 

“왜? 뭐가?”

 

“아니 평소라면 우리 완전 혼나야 맞잖아. 숙제 두 명 밖에 안 해왔는데.”

 

“아, 맞아 흐흐.”

 

“근데, 나 그 말 아닌데”

 

“그럼, 뭔데?”


수다가 끝이 없습니다. 엄마 선생님은 이제 좀 컸다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아이가 참 신기합니다. ‘뛰어노는 것만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이제 좀 크니 수다 떠는 것도 하루 종일 할 수 있겠구나.’ 아이들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공통점, 서로의 차이점으로 찾아 웃고 또 웃습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는 뇌가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뇌과학자들은 주장합니다. 뇌도 쑥쑥 자라고 마음도 성큼 자랍니다.


생활 수다를 잔뜩 떨고 나면 이제 비로소 책 수다도 떨 준비가 됩니다. 따로따로 몰입해서 읽었던 ‘책’에 대해서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니 그보다 더 좋은 공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관심이 없는 부분을 친구가 관심을 가져서 같이 들여다봐서 좋고, 내가 좋아하는 등장인물을 친구가 좋아하니 몇 배로 즐겁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 친구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맞아, 맞아’하며 나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들 덕분에 마음이 부자가 됩니다. 말을 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생각이 있는 아이였나?’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 장난꾸러기가 저런 생각을 다하나’ 친구가 새삼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나눈 책에 대해서는 쓸 말도 많습니다. 글쓰기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수다를 많이 떤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쉽고 재미도 있습니다. 내가 떠들었던 말이 글이 되어 신기합니다. 친구들의 말이 멋진 글이 되어 나올 때도 그저 신기합니다. 각자 따로 글을 쓰고 다시 함께 모입니다. 이제는 수다가 아니라 글로 발표를 합니다. 왠지 멋지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시간입니다. 억지로 나가서 발표해야 할 때와는 정말 다릅니다.


‘그때는 머리가 하얗게 변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후다닥 도망치듯 들어왔는데......’

 

‘겨우 한 줌 생각나서 쥐어짜서 말했었는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나의 생각에 너(희들)의 생각이 보태져서 뭔가 말이 되었고, 다시 글이 되어 좀 더 깊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던 그 혼자만의 몰입의 시간도, 왁자지껄 시끄러웠던 수다, 토론 시간도, 다시 혼자가 되어 글을 썼던 조용한 시간도 지나, 이제는 더 성숙한 글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모여서 성숙한 열매 하나를 맺은 것 같은 뿌듯한 기분입니다. 이 시간엔 어른이 하는 코멘트가 새삼 잘 들립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 친구들이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생각들을 어른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보다 멋진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어른들, 선생님, 부모님에 대해 좋은 감정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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