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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Apr 11. 2021

독일에도 명이나물이 있다.

독일에서도 귀한 Bärlauch

한국에 계신 할머니랑 통화할 때면, 종종 뭐 드셨냐고 여쭤볼 때가 있다.

"오늘은 토란국먹었어. 독일에도 토란있지?"

토란, 쑥, 찹쌀, 부추...한국의 평범한 식재료들이 독일 슈퍼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할머니는 늘 거기도 있지? 이렇게저렇게 해먹어!라고 레시피를 알려주시곤 한다. 늘, 없다! 고 말씀드리는데도 늘 물어보신다.

그런데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한번도 안 물어보신 나물이 놀랍게도 독일에 있는 것이 있다.


"맨날 산을 자전거 타고 넘나들면서, 잘 좀 보라고 이런 나물 산에 있는지"

봄이 되면, 독일에 사시는 분들이 명이를 따러 산으로 가신다는 말들을 들으면서,

우리 동네가 천지가 산인데 어딘가에 분명히 군락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남편을 들볶았다.

남편은 취미생활로 하루 3,4시간을 인적이 드문 산으로 들로 산악자전거로 활보하기 때문에, 석구석 잘만 찾아본다면 어딘가에 있을 명이나물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인터넷의 사진을 보여주며 세뇌를 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이거 맞아? 명이나물?"

남편이 자전거를 타고 오던 날, 사진을 보여준다.

맞아, 명이!!!

드디어 찾았다.

신이 나서, 다음번 남편의 라이딩 때는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원래 나는 자전거 오래 타는 걸 절대 좋아하지 않지만, 명이를 위해서라면... 1시간 정도?  타고 가리! 맘먹는다.

명이페스토

이미 명이나물을 따온 언니에게서 받은 명이 페스토.

빵에 발라먹어도 좋고, 스파게티로 해 먹어도 좋다.

예전에, 독일의 교포분들은 직장생활 하시는 주중에는 마늘들어간 음식을 잘 못 드셨다고 한다. 독일사람들 중에는 마늘냄새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그래서 대용으로 명이, 일명 산마늘을 요리에 종종 넣으셨다고 한다. 먹을 때는 마늘향이 느껴지지만, 마늘만큼 냄새가 오래 가지 않아서 그나마 즐겨드셨다고 한다. 물론 봄, 아주 잠시동안만이지만 말이다.


봄이 되면, 아주 잠깐 슈퍼에서 명이나물을 팔기도 한다.

이렇게 한 줌이, 2.99유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4000원이나 한다.

Bärlauch

그리고 이렇게 파슬리가루처럼 건조 가루로 팔기도 한다.


그런데, 문득 산에서 명이를 따도 되는건가?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자연'에 관해 이것저것 규제가 많은 독일이라 궁금해졌다.

그래서 독일살이 40년이 넘으신 언니께 여쭤보았더니,

독일의 산에서 명이나물을 딸 때, 규칙이 있다고 보내주신 정보!

1. 한 포기에서, 1-2 이파리만 따야 하고


2. 한 줌 이상 따면 안 된다. 는...


1번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2번은 자신이 없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그냥 자라는 식물에게 조차 지킬 규칙이 있는...

자연보호 차원에서 명시하는 것일테지만,  

독일스럽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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