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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Nov 10. 2024

캐나다에서는 할머니가 되어도 좋겠는데?

여기서는 할머니가 되는 게 두렵지 않을 것 같아

"How can I help you?"

어디선가 느릿느릿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 마당에 쌓인 낙엽들을 쓸어야 할 때가 되어 빗자루를 사러 캐내디언 타이어에 갔는데 빨간 유니폼을 입은 할머니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지나가다 그냥 인사를 하려고 하시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캐내디언 타이어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셨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셨다. 70대 정도의 할머니. "아, 빗자루를 찾고 있는데요. 이렇게 생긴 것 어딨 을까요?" 미리 온라인으로 봐둔 사진을 보여드렸다. "퐐로 미." 그렇게 난 백발의 할머니 캐내디언 타이어 종업원을 따라 무사히 빗자루를 찾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 막 도착했을 때는 학교가 모두 summer break이었다. 이제 막 한국에서 온 세모를 보낼 여름방학 캠프를 찾아보고 있었던 때였다. 시차 적응으로 고생 중인 우리 부부와 달리 밥만 세끼 먹으면 에너지가 막 넘치는 아이들을 위해 좀비 마냥 차를 끌고 공원을 나갔다.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eight!"

현란하고 신나는 노래와 함께 구령이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공원 바닥에서 열심히 플랭크를 하고 점프를 하는 10대 여자 아이들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 열심히 구령을 외치시는 할머니가 보였다. 직접 뛰지는 않으셨다. ㅎㅎ 그렇게 한 동안 구령을 힘차게 외치시고 10대 사춘기 소녀들은 열심히 할머니의 구령에 맞춰 운동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세모의 클라이밍 선생님이 백발의 단발머리 할머니다.)


맥도널드에서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캐나다 맥도널드에는 키즈 룸이 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한국어로 말하는 나에게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거셨다. "My son's girlfriend is Korean." 아드님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고 하시며 대화가 시작되었다. 방학을 맞아 손주들을 데리고 맥도널드에 오신 할머니와 그 옆에 더 백발의 할머니 한 분께서 아이들을 가리키시면서 "They are my great grand kids." 증손주라고 하셨다. 

"I'm 95."

95살의 할머니와 맥도널드에서 대화를 나누다니? 뭔가 이질적이면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지내다 보면 우리나라의 할머니들과는 다른 느낌의 할머님들을 많이 뵙는다. 다부진 근육으로 수영장 끝에서 끝으로 오가는 할머니, 월마트에서 손님을 맞이하시는 분들, 운동을 가르치시는 분들. 이 나라는 노후가 되어도 일을 해야 할 만큼 복지가 안 되어 있나? 아니면 삶의 활력이 다른 걸까? 


나는 내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어떻게든 일을 하러 나갈 사람이란 것을 안다. 이 나라의 할머니들에게서 머리가 하얘진 내 모습을 빗대어 상상해보기도 한다. 일단 할머님들의 머리스타일이 단발에서 긴 머리, 뽀글 머리, 숏컷 등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점이 제일 좋다. 


62세가 되면 정년 퇴임을 하고 집에서 홈쇼핑을 하거나 이런저런 취미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누구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겠지만, 할머니가 된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소통하며 쓰임이 있는 활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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