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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Sep 13. 2020

풍등을 날리며

 지난해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전 대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의 여행이었는데 지룽시를 거쳐 대북시에 가는 도중에, 풍등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스펀 라오지에(十分老街)에 들리게 되었다. 지금도 실재 사용하고 있는 역 철로변 주위에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기차가 오지 않는 사이 커다란 풍등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환호를 지르며 기념사진을 찍는 인파가 좁은 길에 가득하였다.


 우리도 날려 보내기로 하여, 여러 사람들이 풍등 외피에 이루기 원하는 것들을 빼곡히 적어 놓았다. 차례가 되어 풍등 장사꾼들이 우릴 기찻길 한 복판으로 데리고 가 환호를 지르며 잔뜩 분위기를 띄운 후 풍등을 려 보내며 기념사진을 연상 찍어댔다.

이 풍등을 날리는 곳은 지금도 기치가 정차하는 역이다.

 인위적으로 조장된 다소의 흥분이 끝나고, 기찻길을 따라 난 가게들을 둘러보고 차도 마시고 기념품도 사기도 하였는데, 우리나라 70년대 분위기가 나는 시골 작은 읍내 분위기였다. 짧은 일정으로  수많은 인파를 뒤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주변 경관이 다소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기찻길을 따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런데 길 가 숲 속에 비닐 조각 들이 널브러져 곳곳에 보였다. 안내인이 사람들이 날려 보내었던 풍등들이 산기슭에 떨어져 방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바라는 소망잖뜩 기록한, 하늘로 바람을 불에 보낸 그 결과물들이 아름다운 산기슭에 그렇게 흐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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