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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Nov 02. 2024

책은 두드려야 제 맛

학원별곡


" I have a book. 동동아 요 문장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

한참을 들여다보던 동동이, 조심스럽게 더듬더듬 천천히 말한다.

"나는 드럼을 가지고 있어....요..."

"으응?? drum??"


방금 배운 단어 book을 이 아이는 갑자기 왜 '드럼'이라고 하는 걸까???

아....'책- book- 북- drum- 드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우리말과 영어를 넘나드는 신박한 아이의 해석. 천잰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내가 웃자 녀석 민망한지 얼굴이 벌개진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되어버린 한국어와 영어. 모국어와 외국어의 미로. 속에서 헤메이는 아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하기엔,  아이 벌써 5학년, 있으면 6학년인데... 대략 난감이다.


지난 수업 시간,  6학년 한 아이는, "You don't like pizza, do you?" 를 해석해보라고 하니,

"너는 피자와 두유를 좋아하지 않니?." 라고 해석을 한다. 하긴.. 나 학교 다닐 때도 "'Good morning, Jane." 을 "좋은 아침이야, 자네." 라고 읽으며 낄낄거리는 아이가 있었지. 웃으라고 한 소린가 싶어 아이 얼굴을 보니 심각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라 웃지도 못했다.


같은 학년인데 어떤 아이는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고, 토플 문제를 풀고, 또다른 아이는 교과서 지문조차 읽지를 못한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황당한 레테(레벨테스트)를  통과하고 영유를 나온 아이들도 많지만, 어떤 곳에서는 3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초,중,고 이어지며 맥락도 일관성도 없는 공교육과 철저히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따로 노는 사교육,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의 환경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영어 교육의 편차로 인해, 아이들의 실력은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룰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쉽고  돈도 별로 안들고 효율적인 방법을 알긴 하는데, 그걸 아무리 이야기 해봐야 부모들은 조급증에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못해서 또 문제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원들은 그 조급증을 안 마케팅의 포인트로 이용하여 부모의 지갑을 열게하고, 그렇게 끌려온 아이들은 살아있는 언어가 아닌 죽은 시체같은  영어를 그저 달달 암기로 배우며 재미없어하고. 그야말로 vicious circle. 매번 혼자 답답해봤자,내 힘으로  하루 아침에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고민할 시간에 그저, 나와 인연맺은 아이들 한명이라도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매 순간 진심을 다할 것.


그게 지금 나의 최선.



사진출처 무료이미지 Boy Playing Drums stock vector. Illustration of student - 938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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