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 : 필라테스로 넘어가며
몸 쓰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보디 빌더처럼 근육이 빵빵하지는 않지만, 요가 선생님들처럼 몸이 유연하지는 않지만, 동작을 가르쳐주면 빠르게 흡수하고 따라할 자신은 있었다. 거기에 필라테스는 '코어'를 많이 쓴다고 하는데, 플랭크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기구 필라테스 1:1 수업을 신청했을 때도 크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무지였으니,
애초에 사용되는 부위가 달랐던 것이다. 개인 필라테스 첫 수업에는 사진을 찍어 몸의 틀어짐을 검사하고 기록한다. 어깨가 말려있어서 라운드 숄더가 되어있는지, 허벅지 내전근이 부족하여 무릎과 발목이 틀어지고 아치가 무너져 있는지, 코어가 부족하여 엉덩이가 앞으로 빠지거나 뒤로 빠지는 골반 뒤틀림이 있는지 등을 체크한다. 그렇다. 다 내 이야기다.
흔히들 기구 필라테스 수련실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고문실 같다고 이야기하더라. 그 말이 맞았다. 수업 30분만에 상복부 코어는 한계를 맞았고 난생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육이 힘을 다 쥐어 짜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는가? 수의근이 불수의근으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온다.
수업이 끝나고 허벅지며 복근이며 등허리 근육이며 성한 곳이 없었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지만 사실 아무 생각이 안났다. 어서 집에 가고싶은데. 다리는 자꾸 힘이 풀린다. 걸어서 20분 거리인데 너무 멀다고 느껴졌다. 저, 실례가 아니라면 굴러가도 될까요?
개인 피티는 나의 무력함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각종 운동 코치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되는 시간이었고, 앞으론 자세를 똑바로 정렬해서 앉아야지, 서있어야지, 걸어다녀야지, 편하다고 허리로 눕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의 시간이었다. 아마 단체 수업으로 시작했으면 이정도로 알뜰하게 근육을 쥐어짜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어찌할 바 없이 다음도, 다다음 수업도 1:1 수업을 들어야 할 운명인 것이다. 단체 수업에서는 필연적으로 선생님들의 주의력이 분산된다. 하나의 몸으로 6명의 수강생을 정밀 케어한다는 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의 밀착 코치 없이는 한 순간도 자세를 유지할 수 없는 필린이, 필라테스 어린이다. 아니, 아기다! 보호자의 돌봄 없이는 이제 막 태어난 '바른 자세 생활'은 결코 자랄 수 없을 테니, 신생아와 다를 바 없다. 당분간은 홈트레이닝도 금지다.
가격이 많이 부담되기는 하다. 직장인에게도 부담될 것인데, 하물며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에게는 더더욱 부담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코어를 잡고 자세 정렬을 습관을 잡아놔야, 본격적으로 직장 생활을 할 때 허리와 어깨와 목 통증으로 병원을 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개발자로 입사한 친구들이 2년차가 되자 병원 신세를 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먼저 간 친구들아, 같이 운동하자.
요가와 영원한 작별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언제고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필라테스를 통해 바른 자세를 배우고, 습관화하고, 기초 코어를 늘려놓는 것이 더 먼저다. 요가로도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기는 하다. 사람마다 때에 따라 필요한 운동이 다르다. N개월 동안 요가로 틀어진 골반을 맞추려고 했으나 결국 그러지 못했다. 동일 동작, 동일 구간에서 항상 제동이 걸렸고 통증은 더 심해졌다. 이번엔 필라테스다. 그것도 아프고 비싸기로 악명높은 기구 필라테스. 졸업 전에 올바른 운동법과 자세와 호흡법을 체득해갈 수 있다면, 내 4년 대학생활은 사회 진출을 위한 좋은 재료를 획득한 것이라 믿는다.
다음 브런치 북은 필라테스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